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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문과는 어디 가라고···LG까지 가세한 공채 폐지 쇼크

중앙일보

입력

삼성 올해 상반기 채용 GSAT를 온라인 시험으로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감독관들이 실시간으로 원격 감독하는 모습. 연합뉴스

삼성 올해 상반기 채용 GSAT를 온라인 시험으로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감독관들이 실시간으로 원격 감독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적성 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기사를 보고 눈앞이 깜깜해졌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든 김모(31)씨는 최근 기사 하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LG그룹이 상·하반기에 실시하던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폐지하겠다는 소식이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상반기 공채가 대부분 중단돼 하반기를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며 “드디어 공채가 시작되나 싶었는데 준비하던 인적성 시험 하나가 무용지물이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LG는 올해 하반기부터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하나둘 사라지는 대기업 공채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에서 열린 SK 그룹 상반기 공채 SKCT(인적성 시험)에서 응시생들이 고사장 입실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에서 열린 SK 그룹 상반기 공채 SKCT(인적성 시험)에서 응시생들이 고사장 입실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기업이 인재를 선발하던 방식인 정기 공채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 9일 LG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실시하던 정기 공채를 64년 만에 폐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LG는 현업 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채용 공고를 내고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한다. 또한 신입사원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할 방침이다. LG 측은 “현장 중심으로 필요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 경영 환경·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방식은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난해 대졸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한화그룹과 KT 역시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 체제로 전환했다. KT는 인턴직을 거친 뒤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수시·인턴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이미 그룹 공채를 실시한 SK그룹도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순차적으로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공채보다 뽑는 인원 더 줄 듯"

이러한 채용 방식의 변화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취업 준비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씨는 “3월에 서류를 접수하고 4월에 인적성을 보고, 5·6월에 면접을 본다는 식의 취업 일정이 사라졌다”며 “수시채용으로 바뀌게 되면서 채용공고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준비해야 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수시채용 과정에서 특정 직무를 선발하지 않아 해당 직무를 준비한 취업준비생들이 지원조차 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수시채용 과정에서 직무적합도가 높은 사람을 위주로 선발하는 만큼 경력이 있는 이른바 ‘중고신입’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수시채용을 위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신입들은 그럴듯한 포트폴리오 하나 만들기 쉽지 않다”며 “전문지식이 많은 석·박사들과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신입으로 다시 준비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갓 졸업한 학부 취업준비생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채용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나모(25)씨는 “수시채용은 필요할 때만 뽑는다는 인식이 강해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불리할 것 같다”며 “공채보다는 뽑는 인원이 더 줄어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대학 경력개발센터도 비상

채용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학생들에게 진로와 취업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대학 내 경력개발센터도 비상이 걸렸다.

한양대학교 커리어개발센터 관계자는 “취업 지원 시기가 과거에는 상·하반기 공채 시즌에 집중됐기에 교육 일정도 그에 맞춰 진행하면 됐다”며 “이제는 언제 채용이 이뤄질지 알 수 없으니 특정 시기보다는 연간 계획으로 지속되는 취업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경력개발팀 최준우 주임은 “실제로 취업 상담을 진행하면 수시채용으로 인해 지금 당장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걱정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교도 채용 방식의 변화에 발맞춰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특강이나 현직자 멘토링, 1대1 컨설팅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채용 트렌드와 채용 전형에 발맞춰 취업준비생들도 충분한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공채나 수시채용 등 전형에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직 경쟁력’”이라며 “학교에서 개최되는 취업특강 등에 참석해 취업에 유익한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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