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아 껴안기] 영아교육 기다리다 지친다

중앙일보

입력

정신지체아 등 장애아동에게 0∼3세 때 조기 치료·교육은 미루거나 건너 뛸 수 없는 필수과정이다.

조기에 장애를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와 교육을 하면 장애 상태를 최소화할 수 있고 2차 장애 발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아 정신지체 아동을 위한 조기 교육 시설과 전문 인력은 크게 부족,이 연령대 장애 영아가 특수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선천성 대사 장애를 앓고 있는 김유빈(3) 양은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조기교육실에 들어오기까지 1년 6개월을 대기해야만 했다.

예산과 수용 능력 상 매년 5~7명밖에 새로 받을 수 없어 순번이 돌아오기만 기다려야 했던 것.

金양의 어머니 이은정(李銀靜.33) 씨는 "몇 달 동안 복지관 10여 곳을 찾아 다녔지만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받아 주는 데가 이곳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어린이방 등 사설교육기관 중 운동.언어 치료와 특수 교육을 병행하는 곳은 전국 10여 곳에 지나지 않기 때문. 또한 월 30만~40만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李씨는 "장애의 50%가 결정난다는 영.유아 때 전문교육 혜택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며 "대기 기간을 조금만 앞당겼어도 상태가 더 나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들으면 가슴이 미어진다" 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애 영아는 4천여명. 이중 5백여명으로 추산되는 영아만이 53개 복지관에서 조기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정상 학생과의 통합교육을 제도화하는 등 외형상 큰 발전을 한 초.중.고 장애아 교육도 양적 성장이 무색하다.

특수학급이 반지하 교실에 배치되거나 일반 학급에 밀려 1년에 두세 차례나 교실을 옮겨야 하는 일이 흔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중.고교에 특수학급을 만들라고 제안하면 대학 진학지도로 벅찬데 왜 장애인을 보내려고 하느냐며 반발이 거세다" 고 말했다.

정신지체3급인 딸 李모(16) 양을 올해 장애인 특수학교로 전학시킨 金모(44) 씨도 일반 초등학교에서 불안하게 보낸 지난 6년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교육부에 따르면 1만5천7백여명의 정신지체아들이 78개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초.중.고 취학 대상 장애아 중 일반 학교에 다니는 학생수는 1986년을 정점으로 계속 줄고 있다.

또 전국 특수학급 수는 초등학교가 2천9백74학급이지만 중학교 6백83학급, 고등학교 89학급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 대안=개정 특수교육진흥법은 3~5세 장애유아에 대해 유치원 무상교육을 실시하도록 명문화했다. 하지만 유치원 특수학급과 특수학교 유치부 학급수는 2백99개에 불과, 모두 1천7백여명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무상 교육을 2세 이하 등 장애가 발견되는 시점으로 확대하는 한편 유치원 특수교육을 위해 과감한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고 강조한다.

또한 통합교육도 장애아가 특수교사의 도움을 받아 일반 학교 일반 학급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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