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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학비 깎아준다” 건대 코로나발 등록금 반환 첫 테이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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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건국대가 2학기 등록금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1학기 등록금을 일부 돌려주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등록금을 돌려주는 사례가 처음 나오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환불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구체적 환급액은 학생회와 논의 #32개대 총학도 환불소송 움직임 #다른 대학들 “여력 없다” 한숨

15일 건국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번 주중 총학생회와 등록금심의소위원회(등심위)를 열어 2학기 등록금 감면액을 결정하기로 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등록금 일부를 감면 형식으로 돌려주는 데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환급액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2학기 등록금에서 일정 금액을 빼고 고지서를 발부할 계획이다.

환불 논의는 지난 4월 총학생회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원격수입이 이뤄져 수업의 질이 낮아졌다며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감면액은 18일 열리는 등심위에서 논의한다. 학교 측은 1학기를 다닌 모든 학생에게 2학기 등록금을 일정 부분 감액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성적장학금 폐지 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은 이해한다”면서도 “사이버 강의를 위한 서버 구축과 방역에 쓰인 예산 등을 고려하면 1학기에 사용한 비용 자체가 줄어든 건 없다”고 했다.

2018년 기준 건국대 성적장학금 예산은 63억9542만원으로 학교 측의 안에 따르면 감면액은 학생 1인당 40만원 내외로 예상된다. 총학생회 측은 원래 학생들을 위한 예산으로 배정된 장학금만 돌려주는 건 환급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건국대가 이처럼 사실상의 환불 입장을 밝히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 32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이날부터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5박 6일 간의 릴레이 행진에 나섰다. 전대넷을 주축으로 한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각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하기 위해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다른 대학들도 건국대의 사례를 주시하며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당수 대학은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환불에 난색을 보였다. 서울 4년제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건국대처럼 상대적으로 재정에 여유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우리 형편에 등록금 환불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대학 수입의 일정 비중을 차지했던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어려워진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대학들은 또 지난 총선에서 대학 등록금 환불 공약을 내세운 정치권과 정부에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뚜렷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학들은 정부의 ‘대학혁신 지원사업’ 예산을 등록금 환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예산 사용의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 전용’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4년제 사립대 관계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지만,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원 인건비는 그대로 나갔다. 지출은 비슷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까지 없다면 등록금을 환불할 여력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진호·남궁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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