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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익숙했던 게 낯설어지는 현실 초월한 세계를 엿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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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주영·박성경 학생모델이 김여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이주영·박성경 학생모델이 김여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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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현실을 잊기 위한 것이지."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프랑수아 길랭 마그리트(벨기에, 1898~1967)는 한 주 한 번 친구들을 모아 자신의 작품을 선뵀습니다. 이 자리에서 친구들의 의견을 모아 작품 이름을 정했죠. 한 번 보아서는 이름과 연결짓기 어려운 그의 작품 이름들은 그의 현실을 잊은, 초현실적인 마음에서 탄생한 셈입니다. 입체미래주의, 초기초현실주의, 암흑기, 파리에서, 햇빛 아래 초현실주의, 바슈시대, 마그리트의 헌신 등 그의 생애 주기별 작품군이 모인 전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인사이드 마그리트(Inside Magritte)'에 사진·미술에 관심 많은 학생모델단이 다녀왔습니다. 평소 오디션을 보거나 사진 촬영을 하는 등 보이는 것에 익숙한 이들은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유치원 때 도서관에서 봤던 작품들이 기억나요."(성경) "광고에서 본 그림들이에요."(주영) 각자 어디선가 봤던 기억 덕에 마그리트에게 친숙함을 느꼈는데요. 김여은 큐레이터가 아시아 최초의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를 표방하는 이번 전시 취재에 동행했죠.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인사이드 마그리트(Inside Magri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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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거울'(1935)

'잘못된 거울'(1935)

'사람의 아들'(1964)

'사람의 아들'(1964)

서울 안녕인사동 지하 1층 전시장 입구 오른쪽엔 마그리트의 상징처럼 유명한 중절모 모형 의자와 신사 그림이 걸려 있죠. 마그리트의 아버지가 양복 만드는 일을 했던 영향을 받은 결과물인데요. 학생모델단뿐 아니라 관람객 대부분이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입장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우려로 입장 전 체온을 확인하고, 열화상 카메라도 거쳐야 합니다. 이름과 일행 수도 상세히 적고 전시장 안에서는 다른 일행과 1m 간격을 유지해야 하죠. "많은 관람객이 마그리트를 찾아오지만 내부에 전부 입장시킬 수 없을 때는 줄을 길게 설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것이니 너른 이해 바랍니다." 김 큐레이터가 주말 등에 오는 손님들이 전시장 안이 비었을 때도 줄을 길게 서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죠. 체온 확인, 열화상 카메라를 지난 학생모델단을 맞은 건 "복제품도 각자의 가치가 있다"는 마그리트의 가치관이 적힌 글귀였죠. 이번 전시에는 마그리트의 원화가 온 건 아니에요. 이 때문에 일부 관람객이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 입구에 명확히 표시했다는 설명입니다. "마그리트의 생전 철학은 자신의 그림이 어디에 복제돼 널리 퍼져도 그것은 또 보는 이에 따라 그대로의 예술 가치가 있다는 거였죠. 이번 전시엔 그의 가치관이 충실히 살아있어요."

'이미지의 배반'(1929)

'이미지의 배반'(1929)

'연인'(1928)

'연인'(1928)

학생모델단이 '연인'을 둘러싼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학생모델단이 '연인'을 둘러싼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학생모델단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미지의 배반'이다. 이미지의 배반은 언어와 그림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마그리트의 생각을 드러낸 작품이다.

학생모델단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미지의 배반'이다. 이미지의 배반은 언어와 그림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마그리트의 생각을 드러낸 작품이다.

학생모델단은 그의 생애 연도표를 확인한 후 그의 유명 작품 '이미지의 배반'(1929), '연인'(1928) 등을 유심히 뜯어 봤죠. 마그리트의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살한 사건이 그가 두건을 두르고 키스를 나누는 연인 그림을 그린 이유라는 설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어요. 하지만 생전 마그리트는 이를 적극 부인했고 어떤 게 정답이다 하는 건 남아있지 않죠. 대신 서로의 내밀한 부분을 공유하면서도 서로를 잘 모른다 혹은 다른 것의 영향을 받았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분분합니다. 파이프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글귀가 적힌 작품으로 '이미지의 반역'의 상징으로 유명한데요. 이는 풀어 말하자면 마그리트가 생전 자신의 이미지가 특정인에게 '어떤 게 사실이다' 하는 해석으로 다가가기보다 '당신이 받아들인 이미지와 문구는 서로 맞아떨어지는 게 아닐 수 있다' 혹은 '당신이 아닌 이 세상을 정의하는 언어들은 실제 그 대상과는 관련없을 수 있다'는 등의 초현실적 해석을 담은 작품입니다. 어떤 작품이든 개개인에게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를 중시했으며 그것 또한 의심의 대상이라고 마그리트는 작품관을 통해 드러냈던 거죠.

연인을 둘러싼 설이 많지만 그중 무엇이 사실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연인을 둘러싼 설이 많지만 그중 무엇이 사실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학생모델단이 골콩드 앞에 서서 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모델단이 골콩드 앞에 서서 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마그리트는 양복을 만들거나 수선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의 그림에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입은 신사 상징을 자주 표현했다.

마그리트는 양복을 만들거나 수선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의 그림에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입은 신사 상징을 자주 표현했다.

마그리트의 생전 철학을 담은 문구를 특수 조명 아래 나열한 전시장이다.

마그리트의 생전 철학을 담은 문구를 특수 조명 아래 나열한 전시장이다.

이후 그는 당시 자신에게 특정 그림을 요구하던 미술계를 골려 주겠다며 자신의 원화풍에서 벗어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대상들을 자극적 색깔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술계에 던진 반항심이었는데요. 그는 평생 자신의 그림을 이해할 사람들을 찾아다녔죠. 초현실주의 화풍을 그렸지만 보는 이들의 공감을 사고 싶었던 마그리트의 마음이 반영된 삶의 발자취예요. 학생모델단은 마그리트가 "우주에는 달이 한 개뿐이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달을 본다"며 그린 달 관련 작품들에서 크게 영감을 받았어요. '신뢰'(1965), '사람의 아들'(1964), '세헤라자데'(1947) 작품은 미디어아트로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각 작품을 얼굴 인식 기능 기계로 가져와 관람객이 카메라에 자신의 눈·코·입을 맞추면 합성됐죠. '신뢰'는 중절모 쓴 신사의 코에 파이프가 있는 모습, '사람의 아들'은 신사 얼굴 앞에 청사과가 있는 모습, '세헤라자데'는 구름 배경 책상 위 거울에 눈·코·입만 비추며 옆엔 물이 담긴 유리컵이 있는 모습입니다. 마그리트가 생전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확연히 보이는 것에 대한 개념을 탐구하던 흔적이죠. 남자의 얼굴을 모호하게 하려 청사과를 배치하거나 파이프가 본래 있어야 할 입 주변이 아닌 코에 있는 등 기존 이미지를 배반한 셈이죠.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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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 미디어 아트 코너에서 초상화를 비튼 체험을 하는 학생모델단. 초상화가 정면을 그리는 것과 달리 거울 속 끝없는 뒷모습으로 기존의 초상화 관념을 깼다.

마그리트 미디어 아트 코너에서 초상화를 비튼 체험을 하는 학생모델단. 초상화가 정면을 그리는 것과 달리 거울 속 끝없는 뒷모습으로 기존의 초상화 관념을 깼다.

마그리트의 초기작부터 40여 점이 연이어 등장하는 미디어 아트 '인사이드 마그리트' 전시장이다. 관람객들은 이 곳에 자유롭게 앉거나 서서 사진을 촬영하는 등 마그리트의 작품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다.

마그리트의 초기작부터 40여 점이 연이어 등장하는 미디어 아트 '인사이드 마그리트' 전시장이다. 관람객들은 이 곳에 자유롭게 앉거나 서서 사진을 촬영하는 등 마그리트의 작품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다.

마그리트의 작품을 본래 VR로 체험 가능했던 코너다. 코로나19로 인해 VR 안경 체험은 사라졌지만 거대한 사면에 둘러싸여 영상을 관람하는 것만으로 관중을 압도한다.

마그리트의 작품을 본래 VR로 체험 가능했던 코너다. 코로나19로 인해 VR 안경 체험은 사라졌지만 거대한 사면에 둘러싸여 영상을 관람하는 것만으로 관중을 압도한다.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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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백미로 꼽히는 인사이드 마그리트는 40분간 마그리트의 전 작품이 온 벽면을 둘러싸는 공간입니다. 이탈리아 페이크팩토리 감독으로 크로스미디어 그룹에서 기획·제작했죠. 앉아서 그의 그림을 관람하거나 그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본래 VR 코너로 마련된 부분도 있지만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아쉽지만 VR 안경은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죠." 김 큐레이터의 설명입니다. 특수 조명으로 방의 색감을 모두 없앤 장소로 이동하자 학생모델단은 주황빛 조명 아래 색감이 없어진 자신의 신체를 보며 신기해했습니다. "전 여기가 가장 좋아요!"(성경) "왜 손이 회색이에요? 우와!"(주영) 김 큐레이터는 "초현실적으로 색감을 없애는 게 목적인 방"이라며 초현실주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했죠. 1924년 프랑스·벨기에에서 시작한 예술 혁명으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과 함께 실패한 사회 시스템과 정부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했다는 건데요. 초현실주의자들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더 나은 새로운 삶을 위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죠. 전쟁으로 인한 충격·혼란에 빠진 젊은 세대에겐 새 사회를 구성하는 게 중요했기에 초현실주의는 각광받았어요.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를 통해 열렬히 자신의 관심사를 전달하다 이제 여러분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늦은 개학 탓에 피곤할 여러분도 마그리트 전시를 글로나마 대리 관람하며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재건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자유롭게 상상할 시간을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작품 '순례자' 앞에 선 르네 마그리트(1967).

자신의 작품 '순례자' 앞에 선 르네 마그리트(1967).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박성경(서울 신용산초 6)·이주영(서울 녹천초 6)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인사이드 마그리트 전시 

'청각실'(1952) 작품 속 청사과를 그대로 따온 대형 청사과 모형을 품에 안은 박성경(왼쪽)·이주영 학생모델.

'청각실'(1952) 작품 속 청사과를 그대로 따온 대형 청사과 모형을 품에 안은 박성경(왼쪽)·이주영 학생모델.

기간: 9월 13(일)일까지
장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49 인사 센트럴 뮤지엄(안녕인사동 B1)
입장료(1인): 어린이 9000원, 청소년 1만1000원, 어른 1만3000원

소중 전시 이벤트

특수 조명으로 색깔이 사라지는 방에 서자 신체가 회색으로 변했다. 학생모델단은 가장 신기한 장소로 이 전시장을 꼽았다.

특수 조명으로 색깔이 사라지는 방에 서자 신체가 회색으로 변했다. 학생모델단은 가장 신기한 장소로 이 전시장을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사회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마그리트가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기존 이미지의 배반을 꾀했듯 여러분도 초현실주의적으로 상상해 글·그림으로 표현해 보세요. 온라인 개학, 원격회의를 이용한 수업 등도 모두 기존엔 쉽게 상상할 수 없던 미래였죠. 앞으로의 여러분의 수업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요. 그림, 줄글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 소년중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공유할까요. 혹은 줄글로 마그리트전 기대평을 써서 자유게시판에 올려 볼까요. 두 주제 중 하나를 택해 자유롭게 글을 올린 학생 중 한 명을 선발해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인사이드 마그리트' 관람 티켓 두 장을 드립니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릴 땐 이름·학교·학년·e메일 주소를 꼭 남기길 바라요. 정보가 없으면 선발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기한은 6월 30일까지.

학생모델 후기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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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경(서울 신용산초 6) 학생모델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그의 세계관과 그림에 대한 신념 등을 보고 배울 수 있어 참 유익했어요. 마그리트는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예를 들어 색상 사용, 명암 조절, 주제 선정, 주제 안에 또 다른 숨겨진 의미 찾기 등 고정관념을 깨버리게 하는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화가였죠. 작품을 볼 때 이런 부분이 좀 더 임팩트 있게 다가왔고 짧은 시간이지만 제 안에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가끔 책에서 봤던 그림들이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한 작품이었다는걸 알고 놀라기도 했죠. 고정관념은 사람 안에 있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깨달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전시장 마지막 공간서 소중 학생모델단이 마그리트 작품의 특징인 푸른 하늘 속 흰 구름을 배경으로 청사과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시장 마지막 공간서 소중 학생모델단이 마그리트 작품의 특징인 푸른 하늘 속 흰 구름을 배경으로 청사과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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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서울 녹천초 6) 학생모델
“나는 나의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 다녀왔어요. 의자 위에 있는 커다란 풋사과를 보면서 '왜 사과는 의자 위에 예쁘게 앉아있을까' 생각했고, 사과로 얼굴을 가리는 남자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이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저 사람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미디어아트 체험존에선 신기하면서 재미있는 경험도 해봤어요. 르네 마그리트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멋진 작가라고 생각했죠. 집에 와서 찾아보니 초현실주의 작가라서 우리의 선입견에서 벗어난 다양한 작품을 창작했다고 해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친구들에게 이 전시를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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