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다. 베이징에서 코로나 환자가 사라진 지 56일만인 지난 11일 첫 환자가 생기더니 12일엔 6명, 13일에는 무려 36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베이징의 코로나 진앙인 펑타이(豊台)구는 이미 ‘전시 상태’를 선언했다.
베이징 남쪽 신파디 시장이 코로나 진앙 #수입 연어 처리 도마 등 바이러스 검출 #해산물은 중간 숙주 안 돼 의문 커져 #시장 종사자 45명은 핵산 검사서 양성 #하루 출입 5만 명의 방대한 규모 시장
중국 무장경찰 수백 명이 출동해 대다수 환자가 발생한 펑타이구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에워싸고 모든 출입자를 검문하고 있다. 베이징 내 다른 농수산물 도매시장 5곳도 영업이 중단됐다.
13일 환자가 발생한 하이뎬(海淀)구 위취안둥(玉泉東) 쇼핑몰도 영업이 중단됐다. 펑타이구 신파디 부근 11개 주택단지는 폐쇄됐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9곳도 문을 닫았다. 수도 베이징이 중국 각 도시로부터 방문 기피 지역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베이징 코로나 사태가 충격을 주는 건 세 가지 점에서다. 첫 번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가동 중인 중국의 심장부가 뚫렸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무실인 중난하이(中南海) 서쪽 2.5km까지 진출했다는 말이 나온다.
베이징에서 환자가 나오지 않은 지는 이미 두 달 가까이 됐다. 환자의 외부 유입을 막고자 베이징으로 오는 국제항공노선도 끊었다. 베이징은 아직도 체육시설이나 영화관도 개방하지 않았다. 한데 이런 조치를 비웃듯 베이징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자 중국 각 도시가 시민들에게 베이징 방문을 금지하고 나섰다. 13일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과 단둥(丹東),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 산시(山西)성 뤼량(呂梁) 등 각 도시는 시민들에게 베이징을 방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두 번째는 코로나가 처음 출현한 우한(武漢)의 화난(華南) 수산물 도매시장처럼 베이징의 이번 코로나도 펑타이구의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베이징은 시내 여러 농수산물 시장과 대형 슈퍼 및 종사자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5424개의 환경 표본 검사 중 신파디의 환경 표본은 1910개인데 여기서 40개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또 1940명에 대한 검사 중 신파디 시장 종사자 45명, 신파디 시장과 밀접 접촉자 1명 등 모두 46명이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이들은 무증상 감염자라고 한다.
신파디 시장 측은 지하 1층 해산물 시장의 연어를 처리하던 도마 등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이 연어는 펑타이구의 다른 시장인 징선(京深) 해산물 도매시장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어는 수입품이다. 이와 관련 연어가 유럽에서 수입됐고 바이러스 또한 유럽에서 많이 보이는 것이란 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어 등 해산물이 중간 숙주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파디 시장은 소, 돼지, 양 등 각종 육류도 취급한다.
일각에선 코로나가 어류를 직접 감염시켰다기보다는 냉동식품 등에 묻어온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어찌 됐든 베이징의 시장 및 슈퍼 판매대에서 연어 제품은 속속 내려지고 있다.
설마 코로나 사태 초기 우한시 정부가 은폐와 기만으로 일관했던 전철을 베이징시가 답습하겠느냐는 말이 나오지만 신파디 시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연어를 처리하던 도마 외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는지 투명하고 정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충격은 펑타이구 신파디 시장이 촉발한 코로나 사태의 파괴력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1988년 개장한 신파디 시장은 베이징의 야채와 과일 70%를 공급할 정도로 방대한 곳이다.
가게만 5526개가 있으며, 하루 3만여 대의 차량과 5만여 명이 출입한다. 베이징시의 각 구(區)정부는 현재 2주 전인 지난 5월 30일 이후 신파디 시장을 다녀간 주민들에게 자진 신고를 요구하고 있다.
하루 5만 명 출입이라면 14일 동안 70만 명이 시장을 다녀갔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서기가 12일부터 펑타이구에 ‘전시 상태’를 선언하고 진두지휘에 나서고 있는 긴급 상황이다.
베이징시는 핵산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구가 98개에 달하며 하루 최대 9만 명을 검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한이 1000만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검사했듯이 베이징에서도 2000만이 넘는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핵산 검사가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