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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느닷없이 "백신 공동개발" 외친 속내…임상 지원자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제 감염자가 적어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곤란해졌다.”

중국 상하이시의 의료전문가 그룹을 이끄는 장원훙(張文宏) 푸단대 부속병원 감염과 주임이 지난달 말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미 일부 업체가 2상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앞서 있다던 중국이 맞닥뜨린 딜레마를 무심결에 토로한 것이다.

환자 줄자 임상시험 자원자도 줄어 #시진핑 "글로벌 공공재" 주창의 이면 #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인 시노백 바이오텍의 연구진들이 지난 4월 29일 원숭이의 신장 세포를 이용한 백신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시노백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유럽에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인 시노백 바이오텍의 연구진들이 지난 4월 29일 원숭이의 신장 세포를 이용한 백신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시노백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유럽에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AFP=연합뉴스]

◇방역 안정화…임상 자원자도 급감  

현재 중국에선 6종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빠르면 올가을쯤 임상시험 단계의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려면 최소 수백명에서 수천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야만 한다.

그런데 중국 내 확진자가 급감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방역 상황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백신 임상시험에 자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앞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옥외 전광판에 나오는 저녁 뉴스를 보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하면서 중국인들의 일상도 안정화되는 분위기다. [EPA=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앞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옥외 전광판에 나오는 저녁 뉴스를 보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하면서 중국인들의 일상도 안정화되는 분위기다. [EPA=연합뉴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하루 동안 중국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모두 11명, 이것도 열흘 만의 두 자릿수였다. 게다가 11명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경우다.

임상시험의 발목을 잡는 건 이뿐만 아니다. 중국에선 제약사가 각종 불량 백신을 대량 유통하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비일비재한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일부 업체가 과거 비슷한 사건을 일으킨 적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임상시험 중인 백신에 대한 불신감이 그만큼 팽배하다는 뜻이다.

장원훙 주임은 “중국 내에선 3상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며 “감염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고 현실을 전했다.

◇유럽·캐나다 등서 3상 준비

이미 개발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난 4월 12일 세계에서 최초로 2상에 돌입했던 칸시노 바이오로직스는 캐나다에서도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2상을 시작한 시노백 바이오텍은 유럽에서 3상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시노백의 한 간부는 지난달 말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영국을 포함한 복수의 유럽 국가와 임상시험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노백 바이오텍의 한 연구진이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샘플을 들고 있다. 시노백은 유럽에서 이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사진은 지난 4월 29일 촬영됐다. [AFP=연합뉴스]

시노백 바이오텍의 한 연구진이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샘플을 들고 있다. 시노백은 유럽에서 이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사진은 지난 4월 29일 촬영됐다.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최근 국제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관계가 깊어 보인다. 왕즈강(王志剛) 과학기술부장은 지난 7일 코로나19 백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백신 개발은 난도가 매우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우리는 개발과 응용, 양면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18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했던 발언을 다시 꺼냈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이 개발한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로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를 지나가던 백발의 노인이 마스크를 벗으며 벽에 걸린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를 지나가던 백발의 노인이 마스크를 벗으며 벽에 걸린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스크ㆍ방호복ㆍ인공호흡기와 같은 의료물자를 지원하듯 중국이 전 세계에 시혜를 베푸는 모양새를 재차 연출하겠다는 것이다. 미ㆍ중 갈등의 진앙인 코로나19 책임론에서 벗어나겠다는 속내가 담겼다.

그런 점에서 실상 애가 타는 쪽은 중국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모더나 등이 백신 개발에 먼저 성공할 경우 중국은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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