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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해상사격훈련…이번에도 날씨가 도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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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상 악화로 연기됐던 육·해·공군 합동 해상·사격훈련이 결국 같은 이유로 축소 실시됐다. ‘북한 눈치보기’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비공개 방침 아래 열린 훈련이다.

1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경북 울진 인근 해안에서 해당 훈련이 진행됐다. 이번 훈련은 당초 지난달 19일 시행될 계획이었지만 비가 내리는 등 당일 날씨가 좋지 않아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2017년 4월 강원도 고성 송지호 사격장에서 열린 합동 해상사격 훈련에서 육군의 신예 다련장 로켓 K239 천무가 로켓탄을 연달아 발사하고 있다. 9ㆍ19 남북 군사합의 때문에 이 같은 훈련은 장소를 바꿔 경북 울진 죽변 해안에서 열리게 됐다. [중앙포토]

2017년 4월 강원도 고성 송지호 사격장에서 열린 합동 해상사격 훈련에서 육군의 신예 다련장 로켓 K239 천무가 로켓탄을 연달아 발사하고 있다. 9ㆍ19 남북 군사합의 때문에 이 같은 훈련은 장소를 바꿔 경북 울진 죽변 해안에서 열리게 됐다. [중앙포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역시 기상이 정상적인 훈련 진행에 걸림돌이 됐다. 상당한 양의 구름이 낮게 껴 해상에서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군 당국은 축소된 형태로 육군 위주의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육군은 신형 다연장로켓(MLRS) ‘천무’로 해상에 설치한 표적을 사격했다. 최대 사거리가 80㎞인 천무는 자동화된 사격 통제체계로 60초 안에 12개 표적에 로켓탄 12발을 쏠 수 있다. 육군의 공중 전력인 공격헬기 ‘아파치 가디언’(AH-64E)도 출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FA-50 전투기에서 공대지 미사일 발사 훈련을 계획한 공군은 이날 전투기를 투입하지 않고, 해군 사격 지원용 추격기 1대만 동원했다고 한다. 해군 역시 훈련에 참여할 함정 수를 대폭 줄였다.

군 안팎에선 이번 훈련을 놓고 “날씨가 좋은 명분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훈련을 제대로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서 날씨가 해결책을 마련해줬다는 의미다.

실제 군 당국은 일기예보에 따라 이번 훈련을 또 한 번 연기할 수도 있었지만 강행을 선택했다. 그 결과 “북한 눈치를 봐 훈련을 취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난달 19일 훈련의 경우 연기를 결정한 시점이 같은 달 6일 진행된 해ㆍ공군 합동 훈련에 북한이 반발하고 청와대가 이를 이유로 국방부와 각군을 대상으로 회의를 소집한 뒤여서 북한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축소된 훈련은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틈만 나면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북한에게 훈련 축소가 관계 개선을 위한 성의 표시로 읽힐 수 있다는 기대다. 군 당국은 이번 훈련 내용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끝까지 비공개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중 훈련계획에 따라 개별 훈련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주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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