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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전면재검토" 지시 나흘만에…與, 질본 '처' 승격안 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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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왼쪽)이 지난 3월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왼쪽)이 지난 3월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질병관리본부(질본)의 '무늬만 승격' 논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질본을 '처'로 승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질본을 국무총리 산하 중앙행정기관인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고 10일 밝혔다. 문 대통령이 행정안전부가 낸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지난 5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이다. 기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았었다.

지난 3일 행안부가 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 '질병관리청'은 복지부 외청이어서 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현재 질본 소속인 국립보건연구원과 연구원 산하 감염병연구센터를 모두 복지부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담아 '무늬망 승격' 논란을 불렀다. 행안부 안대로 시행되면 신설 질병관리청엔 역학조사와 검역 등 기능만 남아 정원과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다. "황당한 내용"(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이란 반발이 나온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질본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시행령으로 질병관리청의 조직과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부가 전면 재검토안을 내기 전 여당이 질본의 기능과 규모를 확대한 안을 내며 먼저 치고 나간 셈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행안부 안은 당·정 협의를 거치지 않은 안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 지시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안이 곧 나오겠지만 여당안 중심으로 심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질본을 '처'로 승격하면 총리령의 제·개정 권한이 생기므로 감염병 예방 사업과 정책을 독립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기 의원 안에는 ▶복지부 복수차관제 ▶권역별 질병예방관리처 지방청 설치 ▶감염병 관리 주관기관 질병예방관리처로 이관 등의 내용을 담겨 있다. 질본을 '감염병 컨트롤타워'로 키우겠다는 거다. 기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염병 예방과 질병 예방관리 연구집행에 대한 실질적 독립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이 신속하게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나온 행안부의 질본 승격안이 호된 여론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질본 수장이 국내외에서 코로나19 대처로 호평을 받는 정은경 본부장인 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행안부 안에 대해 "연구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겠다. 행안부와 협의하겠다"면서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었다.

민주당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하는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전날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기관을 다른 데로 옮기려고 한다든가, 인원과 예산을 오히려 줄이려는 해괴망측한 시도가 있었다"고 지적했었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이 주도적으로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질본을 변화시킨다는 점이 잘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질본 승격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기 의원의 발의안까지 총 6건이다. 복지부 복수차관제와 청 승격이 담긴 강선우·신현영(이상 민주당)·이명수(미래통합당) 의원안 등 3건과, 청 승격안만 담긴 정춘숙 민주당 의원안 등 1건이다. 성일종 통합당 의원은 복지부를 국민보건부와 복지부로 이원화하는 개정안을 냈다.

김효성·김홍범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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