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위한 법률구조공단이라더니…"죽든지 한번 해보자" 막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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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들을 법률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대한법률구조공단 안에서 직장 상사가 직원을 다그치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1분 15초 분량의 녹음파일에서 직장 상사는 “그렇게 우스워 내가?” “그냥 하세요 그러면!”이라고 소리치는 상황이 담겼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제1 노동조합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지역 지부장이 직원에게 막말을 행사했지만 공단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대전지부장(현 구조부장)은 지난 2월 구조공단의 말단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접수한 일에 대해 폭언을 퍼부었다. 지부장은 “체불금 등재 이런 게 뭐 그렇게 급하다고 이걸 부득부득 올려요?”, “나하고 한번 해보자는 거네. 징계고 뭐고 각오하고 하려면 이렇게들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지부장은 며칠 뒤에도 민원인과 상담 중인 직원들에게 “모두 지시 거부하는 것이냐. 총장님에게 보고해 전부 징계하겠다”, “죽든지 내가 죽든지 한 번 해보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회관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막말, 갑질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갑질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노동조합]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회관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막말, 갑질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갑질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노동조합]

노조는 구조공단에 징계 요청 공문을 발생했지만 공단 측에서는 자체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4월 구조공단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심의위원회가 열렸지만 “괴롭힘이 아니다”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조 관계자는 “심의위원 중 외부위원 대부분이 공단 본부가 있는 김천 지역 공공기관의 인사 담당 간부였고 구조공단 측 인사였다”며 “말단 노동자나 노조 측이 추천한 위원 없이 구성됐다”고 밝혔다.

곽은석 노조위원장은 “지금도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은 지부에서 일하고 있어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구조공단이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즉각 피해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공단은 이날 노조 기자회견 직후 해명자료를 내고 “노조의 파업 대응 과정 중 지부장과 직원들의 갈등상황에서 발생한 일회성에 그친 점을 들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결과를 냈다”고 해명했다.

변호사 100여 명, 일반직 600여 명이 근무하는 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 약자를 위한 무료 법률서비스를 전국 단위로 제공하는 곳이다. 2018년 3월 변호사로만 구성된 노동조합도 결성됐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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