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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예쁜 쓰레기라도 좋아, 물욕 돋는 굿즈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14)

최근 스타벅스 사은품을 타기 위해 마시지도 않을 커피를 잔뜩 시킨 사람이 화제가 되었다. 자기 돈으로 커피를 사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300잔의 커피를 시켜서 사은품만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상식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이런 화제성 덕분인지 스타벅스 사은품은 중고시장에서 증정조건의 커피값을 모두 포함한 금액에 거래되기도 한다. 무엇이 그들을 열광하게 하였을까?

원래 굿즈는 해당 팬덤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팬시 상품 정도의 뜻이었으나, 사용범위가 넓어져 이제는 사은품과 자체제작 머천다이즈 상품도 굿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내게도 몇 개의 굿즈가 있다. 학창시절 좋아했던 만화의 배지를 사서 가방에 달고 다니기도 했으며, 서점에서 구매한 책에 딸려온 굿즈와 백화점에서 받은 고객 증정용 굿즈도 있다.

학창시절 만화 캐릭터 배지를 가방에 달고 다녔다.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학창시절 만화 캐릭터 배지를 가방에 달고 다녔다.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백화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증정하던 사은품도 이제는 굿즈라 불릴만한 것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주 고객층인 주부들을 위한 냄비나 주방용품 등 생필품을 증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는 특정 캐릭터, 문화상품과 연계한 콜라보레이션 굿즈를 개발하는 경우가 생겼다. 예를 들면 유명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작품 디자인으로 만든 보냉백 같은 굿즈들인데, 백화점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예술작품과 콜라보레이션해서 만든 경우다. 백화점이 이런 콜라보레이션 굿즈를 만드는 이유는 해당 작품 마니아들의 구매와 연결될 수 있고, 화제성도 같이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화가페르난도 보테로 그림을 이용한 백화점 사은품. [사진 현대백화점]

유명화가페르난도 보테로 그림을 이용한 백화점 사은품. [사진 현대백화점]

콜라보레이션 굿즈를 만들 때 한가지 고민거리는 해당 기업의 브랜드 로고를 어떻게 노출할 것인지다. 굿즈를 주는 업체 입장에서는 되도록 자신들의 로고 이미지를 크게 보이고 싶어한다. 굿즈에 노출된 로고 자체가 하나의 홍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굿즈를 받는 사람들은 기업의 로고가 크게 보이길 원하지 않는다. 굿즈를 기획하는 직원은 이러한 입장차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브랜드가 가진 파워가 팬덤을 형성해 브랜드 로고가 노출되는 것이 굿즈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예도 있다. 스타벅스가 그런 경우다. 요즘 인기인 캐리어 사은품에 백화점이나 마트의 로고가 크게 박혀있다고 상상해보자. 아마도 지금 같은 인기를 끌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 굿즈의 원가를 추산해보자. 5000원짜리 음료 17잔을 구매한 금액에 평균적인 판촉 비용률을 대입하면 1만 원 내외다. 대량 발주로 저렴하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8만 원 정도에 중고 거래되고 있는 가격과는 차이가 크다. 스타벅스에 열광하는 팬덤이 그 가치를 끌어 올린 것이다.

다른 브랜드 로고가 박혀있다면 지금 같은 인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진 스타벅스]

다른 브랜드 로고가 박혀있다면 지금 같은 인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진 스타벅스]

하지만 나의 굿즈 쇼핑은 대부분 실패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저렴하게 산 틴케이스(양철 상자)이다, 살 때는 그렇게 예뻐 보이고 쓸 곳이 많아 보였는데, 막상 사고 보니 애매한 크기라서 활용도가 낮았다. 결국 사무실 서랍을 장식하고 있는 예쁜 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활용도가 높아서 굿즈를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자신을 달랬고, 오늘도 좋아하는 캐릭터의 굿즈를 보면 물욕을 참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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