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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무더운 여름, 땀쟁이 남자에게 꼭 필요한 이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11) 

땀이 많이 나는 편이다. 이 문장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내포하는지 경험자들은 잘 알 것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땀샘이 터지면 주체가 안 된다. 그날 입은 옷이 흠뻑 젖는 것은 물론 이마에 흐른 땀으로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기 일쑤다. 아저씨가 된 후부터는 손수건을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니지만, 점심으로 설렁탕이라도 먹을라 치면 폭발하는 땀샘에 손수건도 무용지물이다.

그래도 머리가 산발이 되거나 옷이 젖는 수준에서 멈추면 다행이다. 가장 두려운 상황은 땀 냄새가 나는 것이다. 심부름으로 이것저것 몸 쓸 일이 많았던 막내 시절에는 박스 몇 개만 들어도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심지어 복장이 정장이라 등이 땀범벅이 되기 일쑤였다. 냄새가 나지 않을까 두려웠지만 대처 방법을 몰랐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거의 남자만 있는 팀에 근무해서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땀 흘리는 남자가 모두 섹시한 것은 아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땀 흘리는 남자가 모두 섹시한 것은 아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냄새관리를 해야 한다”라는 문장을 잡지에서 보고 난 후에서야 주변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도 같은 중년 남성이지만 냄새관리가 철저히 된 사람도 계시고, 가끔 말을 섞기 싫을 만큼 냄새가 나던 사람도 있었다. 사실 그게 땀 냄새라기보다는 입 냄새거나 담배 냄새나 고기 냄새가 배여 관리 안 된 옷에서 나는 냄새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냄새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더 자기관리를 잘하고 능력 있어 보였다. 심지어 가끔은 향기가 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필시 옷차림이나 책상 정리도 깔끔하기 마련이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냄새가 난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향기가 난다고 생각할까? 그때 내가 내린 답은 ‘100%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였다. 당시 늘 땀에 젖은 셔츠를 입고 있었고, 담배도 피우고 커피까지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덩치도 지금보다 더 컸으니 누가 봐도 자기관리 하지 않는 아저씨로 보였을 것이다. 사람들과 대면할 일이 많았기에 적어도 앞사람이 눈살찌푸리지 않도록 냄새관리를 결심했다.

커피와 담배는 최악의 입냄새를 유발한다. [사진 영화 '커피와 담배' 스틸]

커피와 담배는 최악의 입냄새를 유발한다. [사진 영화 '커피와 담배' 스틸]

냄새관리를 결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실 사람들은 본인의 냄새를 스스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격파탄자가 아닌 이상 누군가 앞에서 이야기하는데 냄새난다고 타박을 주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운 좋게 스스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냄새관리를 결심한다고 해서 바로 향수매장으로 달려가서도 안 된다. 자칫 땀 냄새와 향수 냄새가 섞여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가 있다. 경험한 바에 따르면 냄새관리에도 단계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첫 번째 단계가 땀 냄새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나 같은 땀쟁이 들을 위한 제품이 있다. 바로 데오드란트다. 마트에서도 전용 매대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들이 있다. 대부분 제품을 써봤다. 나의 경우는 땀이 좀 많이 나는 편이기에 스프레이보다는 롤 온 제품이 더 잘 맞았다. 브랜드는 별 상관이 없었다. 심지어 해외 직구를 해보기도 했으나 특별히 뛰어난 제품도 떨어지는 제품도 없었다. 그냥 기본적인 비누 향이 가장 무난했고, 속옷이 변색하는 부작용도 대부분 발생했다. 데오드란트의 향을 맡을 사람도 없을뿐더러, 그 향이 좋다고 할 사람은 더 없을 것이다. 데오드란트는 좋지 않은 냄새를 막아주는 기능이 가장 중요한 냄새관리의 기본 단계다.

요즘은 데오드란트 외에도 바디스프레이 상품들이 등장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바디스프레이는 좋은 않은 냄새를 막아주는 기능을 넘어서서 은은하게 좋은 향기를 풍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장 유명한 브랜드로 ‘Ru*h’ 의 바디스프레이 제품이 있는데 제법 가격이 나간다. 사용방법은 우리에게 익숙한 페*리즈를 맨몸에 뿌리는 거로 생각하면 된다. 너무 많이 뿌리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처음 바디스프레이를 쓸 때 양을 조절하지 못해 동료에게 머리가 아파 일을 못 하겠다며 한마디 들은 적도 있다.

빨래할 때 섬유유연제를 좋은 향이 나는 것으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섬유유연제의 향이 옷에 남아 은은한 향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BTS의 정국이 본인이 쓰는 섬유유연제 제품을 말했다가 순식간에 매진되었던 일도 있었다. 팬들이 같은 향을 공유하고 싶어 했다는 언론의 말처럼 섬유유연제도 냄새관리의 주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화제가 된 섬유유연제는 아예 BTS 콜라보레이션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다. [사진 한국피앤지]

화제가 된 섬유유연제는 아예 BTS 콜라보레이션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다. [사진 한국피앤지]

아마도 향수를 냄새관리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종류가 많아 자기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고르기도 어려운 데다가, 조금만 과해도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올리*영 같은 드럭스토어에 가면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향을 가진 향수를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달콤한 향부터 머스크향까지 향수는 결국 본인이 가장 많이 냄새를 맡기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향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향수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빠지게 되면 나중에는 지나가는 사람의 향을 맡고, 어떤 향수인지 찾아내는 레벨에 오르게 된다. 사실 나는 그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향수가 무엇인지 물으면 답하는 정도다.

본인이 좋아하는 향을 고르는 것이 좋다. [출처 올리브 네트웍스]

본인이 좋아하는 향을 고르는 것이 좋다. [출처 올리브 네트웍스]

하지만 데오드란트에 바디스프레이 뿌리고 향수 뿌려봤자 가장 중요한 건 잘 씻는 거다. 요즘 세상에 안 씻어서 냄새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무리 비싼 향수를 뿌린 들 점심 먹고 담배 피우고 양치 안 하면 꽝이다.

어제 회식 때 입은 옷은 냄새 좀 빼고 입고, 점심 먹은 후나 담배 핀 후에는 꼭 입 냄새 체크 한번 하면 무조건 중간은 간다. 동료나 후배가 내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사실 일 때문이 아니라 냄새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길 권한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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