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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스마트워치가 왜 필요해? 이때 유용한 아내설득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8)

얼마 전 경찰에게 쫓기던 범죄자가 스마트폰을 멀리 던져버리고 검거되는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만큼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극명히 드러난 사례였다. 이렇게 모든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교체 타이밍은 늘 갑작스럽게 오기 마련이다. 불의의 사고로 인한 기기 손상이나 내면의 구매 욕구를 거침없이 자극해버리는 신제품의 발매, 그리고 가장 난감한 경우가 내가 좋아하는 콘텐트나 패션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한정판 발매되는 경우 등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삼성전자와 톰 브라운의 갤럭시Z폴드 콜라보레이션 제품 같은 경우는 300만 원 가까운 고가에도 예약이 폭주했다고 한다.(1000대 한정판이라는 이유도 있다.)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콜라보레이션 제품. [사진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콜라보레이션 제품. [사진 삼성전자]

물론 취향으로 저런 거금을 쓰는 것은 나 같은 월급쟁이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보통은 스마트폰 약정이 끝나는 시기를 기다렸다가 보조금이나 할인이 가장 좋은 기기로 바꾸거나, 중고장터에서 상태가 좋은 제품을 구해서 유심칩만 바꿔서 사용하고는 했다. 2011년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했으니, 5번 정도 스마트폰을 교체했다. 10년 정도 쓰다 보니 이제 내게 맞는 스마트폰의 브랜드와 운영 체계를 알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해당 브랜드의 시리즈를 계속 사용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몇 년 전부터는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기능은 거의 정해져 있었고, 화소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카메라의 기능도 감흥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최신 출시 스마트폰보다는 하나 정도 전의 버전 제품을 중고 거래하거나, 리퍼비시(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정상품이나 제조나 유통 과정에서의 오류로 미세한 흠집 등이 있는 제품, 단기 전시용으로 사용했던 제품 등을 보수 및 재포장해 새 상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전문 커머스 사이트에서 구매하고는 했다. 이렇게 구매하면 약정이 걸리지 않고,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최신 발매 제품 이전 버전의 모델도 만족도가 높다. [사진 unsplash]

최신 발매 제품 이전 버전의 모델도 만족도가 높다. [사진 unsplash]

그런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출시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구매해버렸다. 5G가 출시 되며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첫 번째 5G 전용 모델이 출시되면서, 덩달아 해당 모델과 같이 블루투스 이어폰과 스마트 워치가 연이어 출시되었는데, 그중 스마트 워치가 내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더구나 프로모션 덕에 최신 5G 폰을 구매하면 반값에 스마트 워치를 구매할 수 있었다. 유통업에서의 10년의 경험을 통해서 이번 프로모션은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임을 느꼈다. 어떻게 해서든 아내를 설득해야 했다.

아내에게 스마트폰 구매 품의서를 상신하며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내게 왜 필요한지와 어떻게 싸게 살 것인지를 구구절절하게 설득했다. 사실 논리보다는 거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간 늘 중고 스마트폰을 써서 최신 스마트폰을 쓰는 얼리어답터들에게 동경이 있었다는 둥, 스마트폰이 오래돼서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등의 구차한 이유였다. 사실 당시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은 고장 나지 않았다. 출시된 지 4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중고거래가 활발한 스테디셀러 모델이라,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고 나서 만족할 만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문제는 스마트폰은 그래도 그럴듯한 이유를 댈 수 있었는데, 스마트워치는 꼭 사야 할 이유를 대기가 어려웠다. 사실 스마트폰을 바꾸는 이유 중의 하나는 스마트 워치를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아내가 알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혼날 일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스마트 워치가 눈에 들어오다 보니 갑자기 안 보이던 주변 사람들의 시계만 눈에 들어왔다. 업무회의에 들어오신 부장님 손목에 걸린 알이 큰 스마트워치(희한하게도 어른들이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는 모두 알이 크다.)부터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몸짱의 손목에 있던 스마트밴드까지 모든 종류의 스마트 워치만 보였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에 들어온 스마트 워치는 너무 알이 크지도 않으면서, 때가 안 타는 회색 고무밴드에 운동할 때 다양한 신체 신호를 측정해주는 기능까지 있었다. 아마도 잘 쓰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너무 예뻐 보였다. 며칠 간의 조르기 끝에 아내는 허락했다. 아마도 내가 마지막에 했던 이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명품시계 못 살 바에야 스마트 워치를 사는 게 나아. 명품보다는 스마트함을 선택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을까?”

우여곡절 끝에 구매한 스마트 워치. [사진 digital experience]

우여곡절 끝에 구매한 스마트 워치. [사진 digital experience]

참으로 철없는 말이지만, 얼마나 남편이 사고 싶었으면 저런 말까지 할까 싶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구매한 최신기기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를 처음에는 각종 보호필름과 기구로 꽁꽁 싸매고 다녔다. 두세 달 지나고 나니, 역시 내가 사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이구나 싶어 보호기구를 벗겼고, 기가 막히게도 며칠 뒤에 액정에 흠집이 났다. 그리고 그렇게나 좋다고 아내에게 자랑했던 신체 신호 감지 기능은 첫날 이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뭐 어떻겠는가, 원래 예뻐서 산 건데.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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