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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부했다 27억 세금폭탄 맞은 김구 가문, 절반만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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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전 공군참모총장. 김신 장군은 6.25 전쟁 당시 맹활약해 '김구의 아들' 이전에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로 꼽힌다. 1939년 중국 충칭에서 김구 선생(가운데), 형 김인 씨(왼쪽)와 함께 한 모습. [사진제공=공군]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 김신 장군은 6.25 전쟁 당시 맹활약해 '김구의 아들' 이전에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로 꼽힌다. 1939년 중국 충칭에서 김구 선생(가운데), 형 김인 씨(왼쪽)와 함께 한 모습. [사진제공=공군]

백범(白凡) 김구 가문이 내야 했던 27억원 상당의 '세금폭탄'이 13억원 규모로 줄어든다. 백범의 후손이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조세 불복 심판에서 이들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 결정은? 

10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조세심판원은 지난 9일 김구 가문에 매긴 증여세 18억원 중 10억원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증여세는 8억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조세심판원 결정은 이후 불복 절차 없이 곧바로 반영된다. 나머지 상속세 9억원은 5억원 규모로 줄어든다. 고인 사망 후 부과된 증여세(8억원) 만큼이 공과금 비용으로 처리되면서 그만큼 상속세(세율 50%)가 줄어드는 것이다. 세금은 재산이 늘면 많이 내지만, 비용이 늘면 줄어든다.

세금은 왜 매겼나

당초 국세청이 김구 가문에 통보한 세금은 총 27억원이다. 선친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2016년 5월19일 사망)이 생전에 해외 대학에 기부한 42억원에 대한 상속세(9억원)와 증여세(18억원) 명목이다. 김 전 총장은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내는 동안 총 42억원을 미국 하버드·브라운·터프츠 대학, 대만 타이완 대학 등에 기부했다. 한국과 미국 간 우호증진을 위해 설립된 미국의 코리아소사이어티(Korea Society)에도 기부금을 냈다. 뉴욕 한인단체와 공군 내 하늘사랑 장학재단에도 기부했다. 이들 기부금은 한국의 항일 투쟁 역사를 알리는 김구 포럼 개설에도 쓰였다.

그러나 국세청은 김 전 총장이 해외 대학에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부했다는 이유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매겼다. 상속·증여세 감면을 받을 수 있는 공익재단에 기부한 돈이 아니기 때문에 세법에 따라 과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김구 선생 장손자 김진씨가 해외 대학에 송금한 내역과 선친의 기부 소식을 보도한 현지 기사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지만, 국세청은 원칙에 따라 과세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김구 가문은 지난해 1월 조세심판을 청구했다.

2009년 백범 김구 선생 60주기 추모식에서 김신 백범김구기념사업회 회장이 헌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9년 백범 김구 선생 60주기 추모식에서 김신 백범김구기념사업회 회장이 헌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조세심판원의 묘안 

조세심판원은 1년 5개월여의 심사 끝에 김 전 총장이 2016년 이후 기부한 23억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세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16년 전에는 국세청이 증여세를 내야 할 사람이 살아있을 때,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지(통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증여자가 사망하면 자손들이 내야 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국세청이 증여세를 납부할 사람에게 관련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하는 '통지의무'가 생겼다. 국세청이 김구 가문에 증여세를 부과한 시점은 2018년 10월11일이다. 김 전 총장이 이미 사망한 이후다.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증여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는 증여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자손들에게 납세 사실을 알릴 수 없는 상태라고 봤다. 이럴 경우 부과된 세금은 자손들이 내야 할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세법상 통지의무가 생기기 전인 2015년까지의 기부금 19억원에 대한 증여세 8억여원은 여전히 내야 한다고 봤다. 증여세는 기부금 등 재산을 증여받은 곳에서 내야 하지만, 해외 대학은 한국 국세청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다 보니 국내에 거주하는 증여자가 대신 내게 돼 있다.

"해외 기부, 증여세 부과 주의" 

세정당국 관계자는 "해외 대학 등은 세무당국의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해외 기부금에 대한 증여세를 국내 거주자가 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한 게 없다"며 "다만, 현행법 안에서 최대한 납세자 보호에 나선 결정"이라고 전했다.

김구 선생은 아들 둘을 뒀다. 장남 인은 부친을 도와 항일투쟁 중이던 1945년 3월 중국에서 병사했다. 차남인 신은 독립운동 후 중국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광복 후 공군 장교로 임관한 뒤 6·25 전쟁에 참전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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