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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회계 감사인 지자체가 선정"…노원구 관리비 횡령 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파트 관리소장 역시 숨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 아파트에서 10억원에 달하는 관리비 횡령사건이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주민 간의 갈등을 막고, 횡령 사건을 줄이기 위해 노원구청이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아파트 관리비 현황을 구청이 자주 들여다보고, 법령 등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서울 노원구는 8일 횡령 사건이 빈번한 아파트 장기수선 충당금 등 관리비 감사체계를 강화하고 법령 개선 등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다. 노원구는 먼저 구청 실태조사를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노원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는 252개 가운데 150세대 이상은 172곳에 이른다. 하지만 구청이 관리비 회계 장부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실태조사'는 예산 등의 한계로 300세대 이상 116개 단지만 이뤄져 왔다. 나머지 300세대 미만 56개 단지는 2년에 한 번 '지도 점검'을 해왔다.

주택관리사 직접 고용, 구청 실태조사 확대

 노원구는 실태조사 역시 1인당 하루 20만원인 외부 전문가 인건비가 들어 예산 부족으로 연간 12개 단지만 조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평균 9.6년에 한 번꼴로 실태조사를 해왔다. 노원구는 한해 12개에 머무는 구청 실태조사 단지 수를 38개로 늘리기로 했다. 조사 주기를 9.6년에서 3년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주택관리사를 2명 추가로 채용해 인건비 등을 구비로 충당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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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관리법' 개정해야

 노원구는 횡령을 저지른 관리소 직원 등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회계 감사를 받지 말자고 주민을 설득하는 것을 예방하고, 외부 감사인의 부실감사를 막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도 지난 2월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구청이 할 수 있는 실태조사 기준을 현행 300세대에서 150세대 이상으로 강화하고, 입주자 3분의 2가 서면으로 동의하면 외부 감사를 안 해도 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개선해달라고 제안했다. 또 입주자 대표회의가 외부 회계 감사인을 선정하던 것을 지자체나 한국공인회계사에 의뢰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매월 관리비 부과 내역에 계좌 거래내역과 월별 예금 잔액을 공개하고, 동 대표자에 대한 교육시간 확대와 회계처리 전반에 대한 교육 의무화를 하자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 관리소장의 업무 중립성 확보를 위해 '관리소장 공영제' 도입도 건의했다.

 노원구는 "관리비 횡령이 발생한 아파트는 현재 과태료 재판과 관할 경찰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공동주택은 구청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자치 운영 원칙이지만 일부 관리사무소 직원의 도덕적 해이로 다수 입주민의 피해가 커 보다 세밀한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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