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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무조건 퇴직금' 논란···자영업자·소상공인 "이미 한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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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3월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서 열린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공동협약서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3월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서 열린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공동협약서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승리해야 노동존중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한국노총의 강력한 응원과 지지가 절실하다.” (3월 1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석 달 만에 ‘친노동 공약 청구서’가 날아든 걸까.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민주당에서 1달 이상~1년 미만 근속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발의가 나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이 지난 4일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현행 ‘소정근로시간’ 규정에 상관없이 ‘계속근로기간’ 1개월 이상인 근로자에 의무적으로 퇴직금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두고 경제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배달·홀서빙·판매 등 단기 고용이 많은 소매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국면에서 “단기 알바(아르바이트)까지 퇴직금을 챙겨주다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다 죽을 판”(재선 의원)이란 지적이다.

예고된 수순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직무성과급 추진 중단, 임금피크제 폐기, 경영평사성과급 퇴직금 반영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직무성과급 추진 중단, 임금피크제 폐기, 경영평사성과급 퇴직금 반영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과 한국노총 간 정책 연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가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김동명 위원장과 이른바 ‘친노동’ 패키지 공약을 내놨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1년 미만 근속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이 골자였다.

당시에도 “유권자 표몰이만 실컷 하고 나중 뒷감당은 소상공인이 할 게 뻔하다”(중소기업 관계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한 전직 민주당 의원은 “한국노총은 대한민국에서 단일 집단으로 표가 가장 많은 곳”이라며 “조직적으로 움직여 선거판에서 위력을 떨치기 때문에 (정당이) 몫을 챙겨 줘야 한다”고 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이수진 의원은 더불어시민당(13번)을 거쳐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인건비 부담 이미 한계”

이 의원이 자신의 2호 법안으로 발의한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퇴직금 지급 제외 사유 두 가지(‘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 근로자’와 ‘4주 평균 주당 소정근로시간 15시간 미만 근로자’)를 모두 구제하는 내용이다. 근무 시간이 짧거나, 일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도 소액의 퇴직금을 다 챙겨주자는 건데 이 의원은 “근로시간이 짧은 대부분의 저소득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근로자의 퇴직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노동최고위원이 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노동최고위원이 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단기 고용이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에,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만연해 있다는 데 있다. 현정부 들어 최저임금 급등으로 소상공인들은 일찍이 인건비 한계선상에 내몰린 처지다.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보좌진 착오”라며 명단 제외을 요구했다는 같은당 전용기(비례) 의원은 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인건비가 가장 부담스러운데, 이 법안 추진은 그들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살리려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위기 기업을 보호하고 특히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연일 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보호”를 외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당 내에서는 “친노동 공약의 적절성을 다시 각각 따져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재선 의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앞서 민주당이 당론 추진을 예고한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도 한국노총과 마련한 총선 공약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정부에서도 선별 추진을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체 근로기준법 적용의 경우 큰 방향성은 맞다”며 “반면 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금 지급 정책은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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