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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파라솔·해설사 사라지고, 도심숲길 걷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옛길을 찾은 모녀 김서연(52)·제연주(27) 씨가 스탬프 투어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도장을 찍고 있다. 이은지 기자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옛길을 찾은 모녀 김서연(52)·제연주(27) 씨가 스탬프 투어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도장을 찍고 있다. 이은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관광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처럼 사람이 밀집하는 유명 관광지보다 한적한 숲길에서 산책하거나 야간 관광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볼거리를 원하는 관광객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도 등장했다.

사람 많은 해운대 대신 한적한 도심 숲길 각광 #송정옛길, 을숙도 철새공원 산책로 최근 복원 #야간관광 늘면서 야경 시티투어 버스 재개 #목포에는 해설사 대신 태플릿 PC로 관광 안내

 지난 1일 개장한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파라솔이 사라졌다. 튜브도 대여하지 않는다. 오는 7월부터 파라솔은 설치하지만, 간격을 2m씩 둘 예정이다. 영화의 도시인 부산에는 영화의전당에서 매년 6월 중순부터 진행하던 야외상영회가 중단됐다. 영화의전당 관계자는 “매년 6월 중순경부터 10월까지 진행하던 야외 상영회가 중단된 상태”라며 “7월 중순부터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공연장 공연이 거의 중단되자 찾아가는 공연이 등장했다. 부산시립예술단은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자가 격리된 사람들이 베란다에서 음악을 즐기던 것을 보고 아파트 베란다 음악회를 기획했다. 지난 1일부터 부산의 한 아파트를 찾아 금관 5중주 공연을 1시간 동안 펼쳤다. 찾아가는 베란다 음악회는 코로나 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윤두현 부산시립예술단 교향악단 부수석은 “부산을 찾은 관광객이 찾아가는 음악회를 즐길 수 있도록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를 통해 일정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걷기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도심 숲길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는 폐쇄된 송정 옛길을 복원하는 등 도심 숲길 확대에 나섰다. 송정 옛길은 일제 강점기부터 해운대 좌동과 송정을 오가는 주민들의 주요 이동통로였으나, 6·25전쟁 당시 군수창고 설치로 이용이 제한되면서 최근까지 막혀 있었다.

 해운대구는 예산 10억원을 투입해 부산환경공단 앞에서부터 송정동 산58에 이르는 2㎞ 구간을 숲길로 조성했다. 지난 5일 송정 옛길을 찾은 이향우(76)씨는 “코로나 19로 집에만 갇혀 있다 언론에서 송정 옛길 복원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와 봤다”며 “숲길 입구에 있는 메타세쿼이아가 예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며 만족해했다.

 부산시 낙동강 관리본부는 부산현대미술관을 찾은 관광객이 을숙도 철새 공원을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산책로를 조성했다. 연결 산책로는 지난 5월 25일부터 개통됐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미술관과 을숙도 철새 공원을 잇는 연결로가 없어 그동안 미술관 방문객들은 도보로 20분가량 이동해야 했다”며 “연결 산책로를 이용하면 2분이면 철새 공원에 올 수 있다. 한적한 숲길을 걸어보는 여유를 덤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황령산에서 내려다 본 야경. 코로나 19 이후 야간관광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황령산에서 내려다 본 야경. 코로나 19 이후 야간관광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사람과의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야간관광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예약제로 운행하는 야경 부산시티투어 버스가 지난 5일부터 재개됐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야경 시티투어를 원하는 관광객들이 늘어 코로나 19로 중단됐던 야경 투어를 다시 하고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황령산 전망대와 야경 100선에 선정된 송도 케이블카는 인기다. 송도 케이블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행해왔다. 코로나 19 이후 운행시간을 오후 8시로 단축했다. 송도 케이블카 관계자는 “운행시간을 더 단축하려 해도 야경을 보기 원하는 관광객이 많아 오후 8시까지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목포 미디어 투어 관계자가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관 앞에서 미디어 투어 태블릿 PC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기자

지난 4일 목포 미디어 투어 관계자가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관 앞에서 미디어 투어 태블릿 PC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기자

 광주·전남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줄이려 관광해설사가 명소를 알려주는 여행 대신 관광객이 스스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비대면 여행’이 등장했다. 목포시와 광주광역시, 나주시, 담양군 등 4개 시군은 지난달 20일부터 지역 명소와 맛집, 숙박업소 등을 소개하는 태블릿 PC를 관광객에게 빌려주는 ‘남도 맛 기행 미디어 투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목포시 관계자는 “미디어 투어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관광객의 불안함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오는 15일까지 미디어 투어 시범운영을 마친 뒤 7~8월 중 본 운영에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목포·강릉=이은지·진창일·박진호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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