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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되돌아보는 기회 되길” 제주 카니발 폭행 징역 1년 6월

중앙일보

입력

제주도 도로에서 난폭 운전 후 항의하는 상대에게 물병을 집어던지는 30대 A씨.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캡쳐]

제주도 도로에서 난폭 운전 후 항의하는 상대에게 물병을 집어던지는 30대 A씨.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캡쳐]

난폭 운전에 항의하는 운전자를 자녀들 앞에서 폭행한 30대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4)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블랙박스 영상 공개…국민청원 21만 #눈앞 폭력 목격 자녀들 정신치료까지 #정차중 폭행도 운전자 폭행으로 인정 #“피해자와 합의 방법 올바르지 않아” #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4일 오전 10시 40분쯤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의 제주시 방면 도로에서 발생했다. 1차선을 달리던 피해자의 아반떼 차량 앞에 A씨의 카니발 차량이 끼어들면서 말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카니발 차주가 아반떼 운전자에 생수병을 집어 던지고 주먹을 휘두르고 휴대전화를 땅에 내던 진 후 인근 수풀로 던졌다.

 당시 아반떼 차량 조수석에는 피해자의 아내, 뒷좌석에는 8살과 5살짜리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은 충격을 받고, 심리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카니발 보복 폭행 논란. 사진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캡쳐

제주 카니발 보복 폭행 논란. 사진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캡쳐

 특히 이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해 8월 16일 폭행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21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한달이 지나 답변에 나선 청와대는 청와대는 “난폭운전은 타인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는 중대 범죄”라며 “수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진행되는지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8월 21일 이 사안과 관련해 난폭·보복 운전자를 포함해 도로 위 폭력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 후 엄정 대응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재판과정에서 A씨측은 만삭인 아내를 제주시내 병원으로 데려가던 중 앞지르기가 이뤄졌고 이에 B씨측이 먼저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차량이 완전히 멈춰선 상태에서 이뤄진 몸싸움을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으로 볼 수 없다며 혐의 적용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법률상 정차중인 운전자에 대한 폭행도 운전자 폭행으로 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번 실형 선고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불발된 점도 작용했다. 장 부장판사는 “그동안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려 노력한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 방법이 부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장 판사는 “합의를 하는데 왜 사건과 관계없는 엉뚱한 사람을 데리고 가느냐. 피해자는 그 사람으로 인해 위협을 느꼈고 심지어 재판부에 진정서까지 제출했다”고 말했다. 합의 장소에 있었던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합의하지 않을 경우 그 사람으로 인해 피해자가 신변에 상당한 위협을 느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며 “만삭의 아내 진료를 위해 이동하던 중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은 인정된다. 재판부에서도 양형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럼에도 폭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 더욱이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무차별 폭행에 대한 피해자의 충격이 크고 엄벌을 요구하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선고에 대한 이유와 함께 충고도 이어졌다. 장 부장판사는 “저도 성격이 급한 편인데 피고도 성격이 매우 급한 것 같다. 성격이 급하면 그 화는 결국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며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판결로 법정 구속된 A씨는 “재판부가 많이 배려해줘 이제까지 합의를 위해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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