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증시 코로나 버블? 동학개미 활짝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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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활짝 웃었다. 코스피 지수가 단숨에 2140선을 넘어서면서다. 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9.81포인트(2.87%) 오른 2147로 마감했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진자가 집단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 2월 21일(2162.84) 이후 최고치다. 지난 3월 19일의 연중 최저치(1457.64)와 비교하면 47% 넘게 올랐다.

코스피 2100 돌파, 코로나 전으로
외국인 귀환, 어제 2000억 순매수
삼성전자 6% 상승, 블루칩 강세
닛케이·항셍지수도 상승세 지속
돈풀기 여파 실물경제와 엇박자

외국인 순매매 추이

외국인 순매매 추이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도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735포인트(3.4%) 올랐다. 최근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홍콩에서도 항셍지수는 사흘간 1364포인트(5.9%)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5.8%)보다 약간 높았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안전자산을 쫓아 증시를 떠나갔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되돌아오는 조짐이 엿보인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3일 20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24조원 가까이 주식을 내다 팔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관들은 3일 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형 우량주(블루칩)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면 동학개미들은 이날 1조원 넘게 주식을 내다 팔았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가 내려갔을 때 대거 사들였다가 주가가 반등하자 팔아치워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이었다. 개인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삼성전자는 3일 6.03% 뛰어오른 5만4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3월 10일(5만4600원) 이후 약 석 달 만에 최고가다. 주가가 바닥이었던 지난 3월 23일(4만2500원) 샀다면 28% 넘게 벌었다는 얘기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은 초저금리와 ‘슈퍼 유동성’으로 주가가 오르는 ‘코로나 버블(거품)’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관계없이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1980년대 일본의 ‘버블 경제 시대’와 닮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돈을 푼 효과가 본격화한 게 코로나 버블의 배경이다.

예전 같으면 글로벌 증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던 대형 악재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요국의 경제 성장률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는 2분기에 최악의 성적을 예고한다.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깊어진다. 미국에서 인종 갈등으로 인한 소요 사태는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주요 종목 상승률(3일)

주요 종목 상승률(3일)

하지만 ‘돈의 힘’은 이런 악재들보다 증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일본 SBI증권의 스즈키 히데유키 투자정보부장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 초기인 2013년 5월 이후 7년 만에 도쿄 증시의 3대 지표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관 투자가들은 급하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벤치마크 주가지수(수익률 평가에 기준이 되는 지수)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지 않으면 수익률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국내 증시도 비슷한 모습이다. 특히 컴퓨터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를 하는 기관들의 ‘사자’ 주문이 많이 나왔다. 고평가된 주가지수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 주식을 사들이는 차익 거래 물량이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일 장중 외국인의 주가지수 선물 순매수가 1만 계약을 웃돌면서 선물이 고평가로 돌아섰다”며 “선물 강세는 증시에 긍정적 신호”라고 전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자동차·금융주가 초강세였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6.48% 올랐다. 현대차(5.85%)와 현대모비스(4.67%)도 동반 상승했다. 신한금융지주는 11.72% 급등했고 KB금융(6.48%)·우리금융(6.7%)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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