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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분노한 조지 클루니 "트럼프 물러나게 투표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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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59)가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투표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해 시선을 끌고 있다.

"인종차별은 400년간 백신 못 찾은 전염병"

3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클루니는 미국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실은 기고문에서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이라는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빗댄 것이다.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와 관련해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법적,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와 관련해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법적,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그는 서두에 "지금이 1992년인가?"라면서 로드니 킹 사건을 거론했다. 우리에겐 'LA 폭동'으로 기억되는 사건이다. 백인 경찰관들이 흑인인 로드니 킹을 때리는 장면이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돼 전국에 방송된 후 미국은 분노로 들끓었다. 여기에 백인 경찰들이 무죄 방면되자 대규모 폭동사태로 번졌다. 이 사태로 50명 이상이 숨지고 2000명 이상이 다쳤으며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1992년 한인 교포들에 큰 피해를 준 LA 폭동사태도 경찰의 흑인 구타 사건이 계기였다. [중앙포토]

1992년 한인 교포들에 큰 피해를 준 LA 폭동사태도 경찰의 흑인 구타 사건이 계기였다. [중앙포토]

조지 클루니는 "유색인종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도대체 몇 번이나 보는 건가"라면서 조지 플로이드와 비슷하게 희생된 흑인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는 "아무도 죽지 않기를 바라고 기도하지만 (인종차별 상황이) 거의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이어 "인종차별은 전염병이며 우리는 400년간 아직 '백신'을 찾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더는 실제로 다른 인간을 사고팔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예로운 훈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지 클루니는 해법으로 미국의 법 집행, 사법 제도, 그리고 정치 리더십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유사한 전과가 있더라도 백인보다 흑인 등 유색인종은 더 자주 체포된다"면서 "유색인종은 더 가혹하게 기소되고, 더 긴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는 더 자주 취소된다"면서 불공평한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조지 플로이드 시위로 우리가 인종차별 문제를 바로 잡을 기회가 생겼음을 잊지 말아달라"면서 "우리는 모든 시민을 공평하게 대하는 정책 입안자와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식도 비판했다. 그는 "시위대를 쏜다는 생각은 인종 차별만도 못한 것일 수 있다"며 "증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지도자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시위대를 '폭도(thugs)'로 규정하고 "약탈이 일어나면 발포도 시작된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이 나라에 영구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투표하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사실상 올 대선에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란 게 가디언의 해석이다.

민주당 지지자인 조지 클루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과 친분이 두텁다. 영화감독으로도 활약해 정치적 성향을 담은 여러 작품을 연출했다. 대량 학살과 인권 유린에 맞서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며 아프리카의 분쟁과 학살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8년엔 미국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열린 총기 규제 시위에 50만 달러(6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 아말 클루니는 인권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조지 클루니와 아내 아말 클루니 [중앙포토]

조지 클루니와 아내 아말 클루니 [중앙포토]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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