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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100일…고기·침구 많이 사고 화장품·학습서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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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직장인 윤승재(39)씨는 요즘 고기를 정육점·대형마트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다. 원래 식재료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걸 선호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달라졌다. 윤씨는 “예전엔 온라인 구매가 못 미더웠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심리적 거부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 변화 분석해보니 #판매 증가 품목 톱10 중 7개가 식품 #건강식품·인테리어용품 잘 팔려 #항공권 구매 68% 줄어 감소 1위 #수영복·숙박·휴대폰도 판매 급감

‘코로나19’ 100일간 온라인 판매 감소 품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100일간 온라인 판매 감소 품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소비하는 인간)’가 진화하고 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사던 식품 분야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쇼핑데이터 분석업체 NHN에이스에 의뢰해 국내에서 코로나19 본격 확산후 100일간(2월 1일~5월 11일) 온라인 쇼핑 방식의 변화를 추적했다. NHN에이스는 페이코 등 간편결제 서비스와 국내 8000여 개 웹사이트의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한다. 분석기간 100일 중 80일 이상 구매 데이터가 있는 402개 웹사이트를 분석했다.

'코로나19' 100일간 온라인 판매 증가 품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100일간 온라인 판매 증가 품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발생 이후 100일간 판매 건수를 전년도 100일과 비교한 결과 축산(고기)이 압도적으로 많이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233.7%) 증가했다. 2위는 우유·유제품(152.5%), 3위는 과일(150.9%) 순이었다. 상위 10위 안에 식품이 7개였다. 가공식품이 아닌 신선식품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회학)는 “사진·영상만 보고 고기나 과일을 사는 걸 꺼리던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는 방향으로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다른 계기가 필요하다”며 “10년 전 창업한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 이제서야 각광받는 것도 사람들이 비대면에 반강제적으로 적응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관련 주요 검색 키워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관련 주요 검색 키워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매 건수는 늘었지만 건당 평균금액은 대부분 줄었다. 지난해 3만7549원이었던 축산(고기)은 올해 1만6480원으로 줄었다. 우유(2만4293원→1만8156원), 과일(1만7195원→1만5721원)도 마찬가지였다. NHN에이스의 이아람 데이터컨설팅팀 선임은 “소비자들이 예년보다 더 많이, 더 자주 구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 외 증가 폭이 큰 품목은 모두 ‘집콕’ 관련 품목이었다. 침구(119.6%), 수납·정리 용품(107.5%), 인테리어 용품(80.5%) 등이다.

가장 많이 줄어든 품목은 항공권이다. 전년 동기 대비 68.3%가 줄었다. 2위는 학습도서(-55.4%), 3위는 여성수영복(-49.8%)이었다. 화장품 등 미용 관련 품목의 감소가 많았다. 상위 10개 감소 품목 중 뷰티 소품, 메이크업, 클렌징·필링, 헤어케어 등 4개였다. 이아람 선임은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데다, 재택근무를 많이 하다 보니 뷰티 소품, 메이크업 품목 수요가 줄었다”고 말했다.

모바일 세탁 런드리고 170억 투지 유치

언택트 트렌드는 벤처 투자에서도 확인된다. 모바일 세탁서비스 런드리고가 1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런드리고 운영사인 의식주컴퍼니는 2일 한국투자파트너스, 아주IB투자 등으로부터 총 17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김근호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는 “국내 세탁산업 규모가 약 4조5000억원 정도인데 이중 99%가 오프라인 기반”이라며 “향후 사용자 편의성이 높은 모바일 세탁서비스로 빠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의식주컴퍼니가 지난해 3월 선보인 런드리고는 모바일 앱으로 물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을 주문하는 수요응답형(온디맨드)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다. 사용자가 ‘런드렛’이라는 전용 세탁물 수거함에 빨래를 담아 대문 밖에 내놓고 앱을 통해 수거를 신청하면, 런드리고가 하루 만에 빨래를 끝내고 말려서 다시 집앞에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산 및 판교 지역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언택트 대세론을 인정하지 않는 신중론도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5월 28일)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기업 결제대금이 전주 대비 17% 증가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말 언택트가 콘택트보다 안전한가?’ 보고서에서 “시장에서 생각해 온 언택트 대세론에 의문을 드리우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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