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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등교때 하는 발열체크의 함정···아침에 체온 가장 낮다

중앙일보

입력

초등학교 저학년 등교 첫 날인 지난 27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솔밭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기 전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초등학교 저학년 등교 첫 날인 지난 27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솔밭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기 전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학생들도 본격적으로 등교하기 시작했다.

미 하버드 의대 연구팀 논문 발표 #생체 리듬 탓에 아침엔 체온 낮아 #"퇴근 때나 12시간마다 체크해야"

직장과 학교에서는 아침에 출근·등교하는 직장인·학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한다.

열이 나는 것은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이고 초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체온 측정은 코로나19 전파를 예방하고 차단하는 간편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아침에 체크해서는코로나19 감염자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레온 산체스 교수팀은 최근 논문 사전 리뷰 사이트(medRxiv)에 올린 논문을 통해 아침에 한 번 실시하는 발열 체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미국 보스턴 성인 응급실에서 2009년 9월부터 2012년 3월 사이에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로부터 수집한 9만3225회의 체온 측정치와 측정 시간 자료를 분석했다.

또, 2002년 1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미국 내 독감 환자를 대상으로 수집한 20만2181회의 체온 측정치와 측정 시간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체온이 섭씨 38도 이상인 '발열' 기준을 적용했을 때, 이 기준을 넘어서는 횟수는 아침 시간에 가장 적었다.

독감이 가장 많이 퍼진 시기에는 아침 시간(오전 6시~정오)에 발열 기준을 초과한 경우가 저녁 시간(오후 6시~자정)의 절반 수준이었다.

보스턴 지역의 경우 아침에 발열 기준을 초과한 경우가 저녁에 초과한 횟수의 43%였다.

전국적으로는 아침에 발열 기준을 초과한 경우는 저녁의 56%에 불과했다.

생체 리듬에 따라 사람들은 대체로 아침에 가장 낮은 체온을 보이게 되고, 환자들의 경우도 아침에는 발열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거나 체온이 상승해도 발열 기준 이하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는 아침에 직장이나 학교에 도착했을 때 하루 한 번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으나, 아침은 측정하기에 가장 나쁜 시간이라는 게 우리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탑승객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시행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관계자가 마스크를 쓴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탑승객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시행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관계자가 마스크를 쓴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연구 결과는 독감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코로나19에도 대체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입장이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보면 아침에 체온을 측정할 경우 저녁에 발열 환자로 체크되는 사람의 상당수, 많게는 절반까지도 놓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로 인해 발열 환자들이 직장에서 계속 일하거나 학교에서 생활하고, 항공기 여행까지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아침 1회 측정'의 대안으로 근무를 시작하는 시간과 마치는 시간에 각각 체온을 측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연장 근무나 교대 근무를 할 경우 12시간마다 체온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거리 항공 여행을 할 때는 출발 때와 도착 때 각각 측정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교대 근무 스케줄이나 개인의 생체리듬과 상관없이 발열 환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검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침 체온 측정에서 음성 환자로 분류된 대상자를 저녁에 체온을 다시 측정해 '의심 환자'를 찾아내는 데도 발열 체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침 측정 때 발열 기준을 38도보다 더 낮추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감염자와 비감염자 구분이 어려워져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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