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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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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지혜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사진)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와 문화 운동가와 밴드 리더로 살았던 네팔 사람 미노드 목탄, 한국 이름 ‘미누’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불법체류자로 강제 추방된 그를 통해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추악한 민낯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다. 험한 일을 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우리는 어리석게도 너무나 가혹했고, 억압했으며, 결국은 추방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미누는 한국을 사랑한다. 20~30대 청춘을 바쳤지만 자신을 내쫓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애증이 있을 법한데, ‘애’가 ‘증’보다 크다. 네팔로 돌아간 후에도, 재입국 직전에 공항에서 쫓겨났음에도, 그는 한국을 마치 고향처럼 그리워한다. 그 감정은 ‘목포의 눈물’에서 가장 절절히 드러난다. 식당에서 일할 때 목포에서 온 어느 아주머니가 알려준 건데, 네팔 사람이 부르는 ‘목포의 눈물’이 그렇게 절절할 수가 없다.

안녕 미누

안녕 미누

‘안녕, 미누’는 ‘목포의 눈물’로 시작해서 ‘목포의 눈물’로 끝나는 영화다. 특히 영화를 닫는, 미누가 배 위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부르는 ‘목포의 눈물’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슬픔을 준다. 왜냐하면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 이젠 돌아올 사람이 없다. 안녕, 미누(1972~2018)... 우린 당신에게 큰 빚을 지고 있어요...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