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위기가정 복지 틈새 메우는 민간 사회공헌 사업

중앙일보

입력 2020.05.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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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과학부 교수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과학부 교수

전남 여수에 사는 윤모(48·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초등생 딸과 단둘이 사는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심사에 2주일이 걸리고 지역 상품권으로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당장 월세·전기요금을 낼 현금이 없어서다.

지난해 사회보장급여법이 개정돼 위기 가정 지원사업의 범위가 확대됐다. 하지만 대상자 선정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대상자 지원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위기 가정 사업은 두 달에 한 번 ‘위기징후 가구’를 선별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겐 단 사흘의 실직도 당장의 생계 위기로 이어진다.

이랜드재단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35년간 위기 가정을 지원해오고 있다. 국가가 모두 해결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들을 발굴해 문제를 예방했다. 위기 가정 지원을 통해 가정의 해체를 예방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위기 가정 사업을 통해 지난해 약 3000곳, 누적으로는 4만6000곳을 지원했다. 매달 열흘 단위로 신청을 받고 곧바로 결과를 발표한다. 지원 대상자는 신청 후 열흘이면 지원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같은 긴급 재난사태 때는 사흘 안에 긴급 생필품을 지원한다. 전국 아홉 개 지역에 전문인력을 배치했다. 이들은 현장 확인 후 위기의 정도, 사각지대 여부, 자립 가능성 등을 따진다. 이후 신속하면서도 당사자의 필요에 맞게 지원한다. 제도권 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재소자 자녀, 난민,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등에 대한 발굴과 지원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랜드재단의 사회공헌 사업은 위기 가정의 문제를 현장의 신속한 판단과 지원으로 대응한다. 완전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공공·민간기관과 협력한다는 점에서도 차별점이 있다. 위기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위기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부금을 제공하면 그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복지 시스템과 협력 체계를 형성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랜드재단의 역할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순간의 위기로 벼랑 끝에 몰리는 위기 가정이 있다. 이들을 찾아내고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웃이 함께 노력한다면 더 살맛 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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