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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육군’ 출신 족적 남긴 이양호 전 국방장관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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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최초로 비육군 출신 합참의장을 지낸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이 28일 별세했다. 83세.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 [중앙포토]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 [중앙포토]

충북 증평에서 태어난 이 전 장관은 공군사관학교 8기로 1960년 임관해 공군작전사령관·공군참모총장 등을 거쳤다. 이후 1993년 5월 공군은 물론 비육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합참의장에 임명됐다. 1994년 12월엔 공군 출신으로는 3번째로 국방부장관에 올라 1996년 10월까지 장관직을 역임했다.

이 전 장관은 공군참모총장 재임 당시 T-59 고등비행교육 훈련기를 도입하는 등 비행교육체계 현대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군 관계자는 “고인이 ‘미래 지향적 공군력 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장관 재임 시절인 1994년 12월 평시 작전통제권이 환수되기도 했다. 이들 공로가 인정돼 이 전 장관은 보국훈장 삼일장(1978년)·천수장(1985년)·국선장(1989년)·통일장(1992년) 등 다수의 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1996년 7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 함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도 상관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또 장관 재임 시절인 1996년 9월 발생한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놓고서는 부실한 해안 경계와 초동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같은 해 10월 이 전 장관을 경질하면서 “군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은 1996년 12월 대우중공업으로부터 경전투헬기사업과 관련,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2000년에는 김영삼 정부 시절 국방사업 '백두사업' 추진 과정에서 재미 로비스트 린다 김(한국명·김귀옥)과 연애 편지를 교환하는 등 애정관계로 얽혔다는 의혹이 제기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2번 가졌다”고 고백했지만 린다 김은 이를 끝까지 부인했다.

유족으로는 2녀(정혜·정민 씨)를 두고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 2호실이며 영결식은 오는 30일 오전 8시, 발인은 9시에 열린다. 봉안식은 경기 광주 시안가족추모공원에서 같은 날 낮 12시30분 거행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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