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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회의원·변호사·축구감독 내세워 72억원 챙긴 다단계 업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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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다단계 혐의를 받는 업체의 사업설명회 자료. [자료 서울시]

불법 다단계 혐의를 받는 업체의 사업설명회 자료. [자료 서울시]

전 국회의원, 유명 축구감독,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대학 교수 등을 상임고문·자문위원으로 내세워 회원들에게 72억원을 챙긴 다단계 업체가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업체 대표 구속 #유명인이 상임고문·자문위원이라 홍보 #1만4951명에게 회원가입비 받아 가로채 #퇴직자·주부·노인 등 서민투자자 피해 #유명인사들은 경영관여않고 범죄 혐의없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한 업체 관계자 13명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 가운데 대표 A씨(57)를 지난 4월 28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동일 범죄로 재판 중임에도 유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단에 따르면 이 업체는 다단계 방식으로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하위 회원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금융 다단계 사기를 벌였다. 이들은 전직 국회의원 정모씨와 변호사 김모씨, 대학교수 강모씨, 축구감독 박모씨, 외식업체 대표 이모 명예회장, 전 성우 박모 명예대표 등 유명인을 상임고문 혹은 자문위원이라고 홍보해 신규 회원을 모집했다.

사업설명회 자료에 유명인의 사진과 이름을 넣거나 업체 행사에 이들을 초청해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회원 가입을 유도했다. 경찰단 관계자는 “이들 유명인은 행사 축사 등을 하긴 했지만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범죄 혐의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전국에서 모집한 회원은 서울 지역 4072명을 비롯해 1만 4951명이다. 전국에 70여개 센터를 두고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퇴직자·주부·노인 등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피의자들은 쇼핑몰 회원가입비를 내면 하면 레저·골프·숙박·렌트카 등의 상품을 10년 동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1인당 회원가입비는 38만 5000원에서 많게는 168만5000원이었다. 또 회사에서 자체 발행한 코인 500개를 무료로 지급하며 앞으로 코인 가치가 높아지면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데 쓸 수 있다고 했지만 코인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은 상장 폐쇄됐다.

이들은 신규 회원을 모집하면 추천수당을 주고 하위 회원이 2~4명 있으면 7만원, 6명 있으면 14만원을 후원수당으로 지급하는 등 유사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 금전거래를 했다. 40단계의 하위 회원을 모집해 1억여원의 수당을 받은 회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단은 1억여원을 받은 회원을 포함해 회원 모집과 사업설명회에 관여한 상위회원 겸 업체 이사들을 입건했다. 업체는 수사가 시작되자 회원들이 수당 출금신청 하는 전산시스템을 폐쇄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쇼핑몰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8월 사업설명회를 들은 한 시민이 불법 다단계를 의심하고 이를 녹취해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피해자는 주로 퇴직자나 주부 등 서민 투자자였다.

박재용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업체에서 유명인을 내세워 쇼핑몰 회원을 모집하며 회원가입비를 받고,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 수당을 주면서 코인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하면 금융 다단계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회원가입을 하지 말고 제보와 신고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금융 다단계 사기 신고와 제보는 서울시 민생침해 범죄신고센터(http://safe.seoul.go.kr/accuse), 공정거래위원회(http://www.ftc.go.kr/), 금융감독원(☎1332)에서 할 수 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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