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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 “할머니도 제 편 안들어줬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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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의 한소희는 ’부부가 사랑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닌 것 같아 (결혼이)쉽진 않을 듯하다“고 했다. [사진 9ato 엔터테인먼트]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의 한소희는 ’부부가 사랑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닌 것 같아 (결혼이)쉽진 않을 듯하다“고 했다. [사진 9ato 엔터테인먼트]

“(유튜버)박막례 할머니께서 ‘부부의 세계’가 아니라 ‘또라이의 세계’라고 하신 영상을 봤어요. 저희 할머니도 끝까지 제 편을 안 들어주시더라고요. 너는 도대체 애가 왜 그러냐면서. 작가님이 그렇게 쓰신 거다 말씀드려도 막무가내죠. 그래도 기분은 좋더라고요. TV를 즐겨보시는 할머니 덕에 배우를 꿈꿨는데, TV에 자주 나오니 효도하는 기분도 들고요.”

‘부부의 세계’ 불륜녀 여다경 열연 #“이태오를 왜 사랑하는지 계속 질문 #작품에 누 끼칠까 악착같이 버텨”

25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배우 한소희(26)는 홀가분해 보였다.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에서 불륜녀 여다경 역을 맡아 욕은 실컷 먹었지만 그만큼 인기도 올라서다. 극 초반 유부남 이태오(박해준)와 사랑에 빠졌을 땐 화려한 외모로, 후반부에선 지선우(김희애)와 같은 처지가 되면서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2017년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로 연기에 도전한 지 3년 만에 ‘대세 배우’ 반열에 올랐다.

그는 영국 BBC 원작 ‘닥터 포스터’를 보며 성공을 확신했지만 “혹여 누를 끼칠까 두려웠다”고 했다. “감독님도, 작가님도, 선배님들도 다 잘하시니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이 두 갈래인 줄 알았는데, 지선우가 바다에 들어가는 신을 보니 그 안에 환희도, 후련함도, 안정감도 있고, 다섯 갈래는 되더라고요. 갈 길이 멀구나, 선배들의 스텝을 잘 쫓아가자, 악착같이 버텼어요.”

가장 고민한 부분은 ‘왜 여다경은 이태오를 사랑하는가’의 답을 찾는 것. “유부남 이태오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태오가 유부남”이라는 전제를 깔고 감정을 쌓기 시작했단다. “금수저 여다경은 특별한 꿈도, 미래도 없는데 맨땅에 헤딩하는 이태오의 열정에 끌리지 않았겠냐”고 했다. “사실 원작의 조디 코머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한국판에선 2년 뒤 다경이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잖아요. 선우와 대립하면서도 동질감도 있고. 첫 병원 대면부터 묘하게 거울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워맨스로 해석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반면 엄마 연기는 전작 ‘돈꽃’(2017~ 2018) 등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았다고. “제가 아이를 낳은 적은 없지만, 누구나 아킬레스건 같은 존재가 있잖아요. ‘부부의 세계’에서 준영이 집을 나가는 것은 태오가 떠나는 것처럼 다경의 삶이 무너지는 거니까,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를 대입해 연기했어요. 저한테는 가족, 특히 할머니가 그런 존재예요.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거든요.”

흡연·타투 등 과거 사진 논란에도 쿨했다. “작품이 잘 되니 관심을 둬 주신 거잖아요.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나인데 어떤 게 나쁘다 틀렸다 할 순 없죠. 지금도 옳게 사는 건지 잘 모르겠거든요.”

그는 배우로서 한소희는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에서 나고 자라 고교 졸업 후 홀로 서울로 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그는 “종종 그때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에 치여 살 땐 제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도 몰랐어요. 모델 일을 하면서 이런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구나, 이렇게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취향이 생기고 꿈이 생겨난 거죠.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할 여유가 생기면서. 블로그 시작도 이 시대를 사는 청춘으로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서였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특별해 보이지만 똑같이 밥 먹고, 생활비 걱정하고, 내년 계획 세우고 하니까요. 그래서 천천히 튼튼하게 잘 성장하고 싶어요. 절대로 오만방자해지지 않고.”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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