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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번엔 33년전 KAL기 꺼냈다…野 "임진왜란도 재조사할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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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과거사 규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명분은 조사 부실과 의혹 해소 미흡이다. 하지만 야당은 “권력의 힘자랑”(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월 KAL기 희생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동체 인양과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월 KAL기 희생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동체 인양과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KAL기 폭파 테러 사건을 꺼냈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7년 당시) 진상조사가 미진한 게 너무 많다”고 했다. KAL기 폭탄 테러는 1987년 11월 이라크에서 서울로 향하던 여객기가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돼 승객·승무원 115명이 전원 실종된 사건이다. 정부는 1987년 사건 직후 및 2007년 국정원 진상 조사 등을 통해 북한 공작원인 김현희씨에 의해 여객기가 공중 폭파됐다고 결론 내렸다.

유가족 등은 김씨 진술 외에 북한의 소행으로 볼 만한 명확한 물증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이 사건의 진상 조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진행됐다. 이에 대해 설 최고위원은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갖고 있던 여력이 여러 곳에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여권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 수수 의혹 등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 혹은 재조사를 거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40주년 5.18 기념식에서 "남겨진 진실이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는 12일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돌입해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명령한 최종 결재권자 규명과 사망자 전수 조사 등 7가지를 1차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2017년 8월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만기 출소하는 한명숙 전 총리. [뉴스1]

2017년 8월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만기 출소하는 한명숙 전 총리. [뉴스1]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조사 요구는 친여 성향의 매체에서 이른바 '한만호 옥중 비망록'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모든 정황이 한 전 총리가 검찰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고 가리킨다”며 불을 지폈다. 법조계에선 '한만호 옥중 비망록’ 자체가 2010년 1심 재판 당시 법원에 제출된 증거인 탓에 재조사나 재심 신청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지만, 민주당내에서 여전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면 심각한 문제"(박범계 의원)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현충원에 안장된 일부 묘를 파묘(破墓)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수진(동작을) 민주당 당선인은 24일 “작년까지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친일파 파묘 법률안이 통과가 안 됐다”며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파묘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임진왜란도 재조사하자고 할 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왼쪽)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왼쪽)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연합뉴스]

민주당이 꺼내드는 과거사 이슈는 일본강점기와 1980년대, 최근 판결까지 전방위적이다. 대부분 보수 정권에서 벌어진 일로, 재조사만으로도 '보수=적폐'라는 프레임을 이어가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177석의 '거여'(巨與)로 야당의 견제 없이 법률안 통과로 과거사 규명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역사를 바로잡고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는 것은 집권당의 책무"라고 했다.

일각에선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이후 오거돈-윤미향 사태 등으로 여권이 수세적 국면으로 몰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선 "동시 다발적인 재조사 요구가 자칫 '퇴행'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래통합당은 반발하고 있다. 과거사 재조사 요구가 “의혹과 음모가 존재하는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라는 논리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조만간 임진왜란도 재조사하자고 할 판”이라며 “21대 국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치 숨겨둔 증거가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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