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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수수색에 당황…"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게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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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틀 연속으로 진행한 검찰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 조사까지 사실 예상 못 했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식적인 당 입장으로는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을 고수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정의연 압색에 당황···"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아"

홍정민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정의연이 외부 공인회계사에 감사를 의뢰한 것과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4개 부처의 감사 두 가지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검찰 조사는 어제 갑자기 된 것이다. 사실 검찰까진 예상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는 강제조사권이 없다. 그곳(검찰, 4개 부처 등)에서 조사되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관련 의혹에 대해 당에 별도로 소명을 했냐는 질문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수마다 대응하지 않고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정의연과 정대협(정의연의 전신)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도 마포에 있는 정의연 쉼터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수사 결정 엿새 만에 압수 수색에 들어갔으며 고발인 조사 없이 바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도 공식적으로는 전날과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미향 당선인은 어쨌든 국민이 선출한 분”이라며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다. 우리가 입장을 취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가 확산하면서 여권에서는 다른 기류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낙선한 김영춘(3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윤미향 의혹 진상조사단 꾸려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해명과 방어로 끝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의연에 소액 후원했던 사람으로 초기에는 옹호하는 입장이었지만 더는 그럴 수 없는 문제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입장은 감사와 수사 결과를 보고 나서 조치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지만, 국민 여론과 큰 차이가 있다”며 “즉시 진상조사단을 꾸려 의혹의 진위와 책임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 여당이 국정과 당 운영을 어떻게 해나갈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선의 이석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의 신속한 진상파악과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 최고위원들에게 말했다. 진영 논리에 갇혀 묵언 수행을 하다 보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고 썼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신은 존중하되 책임은 분명하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경기도 소재 위안부피해자 양로시설인 ‘나눔의집’에 특사경(특별사법경찰단)을 투입해 특별수사에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경기도는 나눔의 집의 후원금 관리 문제, 증축공사 시 법 위반 문제, 노인학대 여부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지사는 “책임은 책임이고 헌신은 헌신이다. 아무리 대의에 따른 선행이라 해도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에도 엄격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통합당에서는 이날 '윤미향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선인 워크숍에서 “진상을 규명하고, 수사와 사퇴를 촉구하고, 국정조사 추진도 논의할 것”이라며 “시민단체가 회계를 부정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도 TF에서 만들겠다”고 말했다. TF위원장은 곽상도 의원이 맡았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면서 윤 당선인을 불러 조사를 안 하는 건 국민 무시가 도를 넘는 것”(하태경), “윤미향 당선인이 아니라 ‘윤미향 커넥션’이 문제”(이익선)라는 비판도 나왔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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