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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스타필드 땅 내놓은 이마트···4조 코로나 급매물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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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두산그룹의 상징인 두산타워가 매물로 나왔다.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이 매각가를 놓고 최종 협상 중이다. 업계 예상 매각가는 7000억~8000억원대. 사진은 서울 중구 두산타워. 연합뉴스.

두산그룹의 상징인 두산타워가 매물로 나왔다.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이 매각가를 놓고 최종 협상 중이다. 업계 예상 매각가는 7000억~8000억원대. 사진은 서울 중구 두산타워. 연합뉴스.

올해 들어 대기업 소유의 금싸라기 땅과 빌딩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기업 상당수가 현금 확보를 위해 4조원대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가 장기간 이어질 것을 대비한 월동 준비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시장에 나온 매물은 서울 교통 요지의 노른자 땅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에겐 큰 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디벨로퍼는 “서울은 워낙 개발 부지가 부족하다 보니 입찰 경쟁이 치열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 나온 주요 대기업의 알짜 부동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시장에 나온 주요 대기업의 알짜 부동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주유소 사라지고 오피스텔 '우뚝' 

코로나발 부동산 매각전은 서울 개발 지도를 바꾸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부지의 덩치가 대개 크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변화로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부지에 고층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SK네트웍스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유소 300여곳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중 5곳은 GS건설의 자회사 자이에스앤디가 700억원에 매입해 지식산업센터와 자이엘라 오피스텔(임대형)을 세운다. 서울 경의·중앙선 중랑역 인근 SK 정교점주유소를 비롯해 거여역·보문역·미아삼거리역 인근 주유소 자리다. 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주유소는 지식산업센터로 개발해 분양할 계획이다.

대기업 유휴자산 매각해 실탄 확보 #SK주유소, 스타필드 부지 등 알짜 #서울 개발지도와 빌딩 간판 바뀐다 #동대문 상징 두산타워 8000억 매각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 팀장 “서울 주유소 부지는 자동차 출입이 편한 대로변에 있어 입지가 뛰어나다”며 “최근에는 과당경쟁으로 수익이 준 주유소 대신 임대료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개발하는 게 인기”라고 말했다.

최근 GS건설의 자이에스앤디가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를 매입해 임대형 오피스텔로 개발할 계획이다. [사진 SK네트웍스]

최근 GS건설의 자이에스앤디가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를 매입해 임대형 오피스텔로 개발할 계획이다. [사진 SK네트웍스]

서울 강서구 마곡역 북측 부지(3만9050㎡) 개발 계획도 바뀐다. 이마트가 스타필드를 짓기 위해 2013년에 2430억원에 매입한 땅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수요가 주춤하자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로 돌아섰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이곳은 부지가 넓고 입지가 뛰어나 건설사간 각축전이 벌어졌다. 시장 예상가(6000억 원대)보다 높은 8158억원을 제시한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태영건설은 “오피스·상업·문화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빌딩을 구상 중”이고 했다. 여기에 일부는 이마트가 임대해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들어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8000억원에 매각 협상 중인 두산타워

코로나19로 서울 주요 빌딩 간판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이 구조조정이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수천억대 사옥도 처분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곳이 두산그룹 상징인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다. 그룹은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부동산 등 비핵심사업부터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미 두산타워는 대체투자 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과 매각가를 두고 마지막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예상 매각가는 7000억~8000억원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옛 사옥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성암빌딩을 신영에 1520억원에 팔았다. 2017년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인근 신사옥이 완공돼 임대사업에 활용했던 곳이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유휴자산인 이곳을 매각해 현금을 쥐기로 했다.

최근 현대제철도 서초구 잠원동 사옥을 처분했다. 매각 주관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매각을 결정했고, 정확한 매각 시기와 매각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옛 사옥을 1520억원에 팔았다. 서울 용산구 신사옥(사진)으로 이전하면서 유휴부동산을 처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옛 사옥을 1520억원에 팔았다. 서울 용산구 신사옥(사진)으로 이전하면서 유휴부동산을 처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요즘 기업들의 잇따른 부동산 매각은 장기 침체에 대비한 실탄 마련”이라며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형 시행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매물이 더 쏟아진다면 (기업 역시) 입맛에 맞는 수요자를 찾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디벨로퍼도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개발에 따른 사업 수익이 확실한 매물에만 자금이 몰릴 것”으로 봤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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