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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검찰은 4급 이상만 수사” 수사권 조정 디테일 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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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속 조치로 검찰의 수사 범위를 4급 이상 공직자와 중견기업 임원급(대상), 부패 횡령 범죄(죄목) 등으로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앞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전날 ‘형사·공판부 경력 검사 중심의 인사’ 권고안을 발표했다.

검찰 “국정농단 수사 말란 말이냐” #법무부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형사·공판부 검사 인사 우대’ 권고 #법조계 “윤석열 사단 견제 의도”

이에 따라 경찰은 수사권, 법무부는 인사권 카드로 검찰을 옥죄면서 법무·경찰과 검찰간 제2차 충돌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바뀐 검찰청법 4조에는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유형으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이 규정돼 있다. 그런데 경찰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행위자의 직급이나 특정 혐의를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2월 출범 이후 매주 화·금에 열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재 ‘국민을 위한 수사권개혁 후속 추진단(추진단)’ 회의에서다.

대통령 직속인 추진단 회의에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광철(사법연수원 36기)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김영식(30기) 법무비서관이 참석한다. 큰 흐름은 경찰에 기울어 있다고 한다.

경찰은 ▶공무원 직무범죄는 ‘4급 이상’(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대상 범위) ▶경제 범죄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이사·감사·임원·지시자’ ▶대형 참사는 행정안전부 장관, 국회, 국무총리·법무부가 결정하는 참사 등으로 행위자의 소속이나 직급, 죄목에 따라 수사 대상 범죄의 범위를 제한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범위를 한정하면 앞으로 ‘국정농단’ 같은 대형 사건 수사는 검찰이 더 이상 못한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검찰은 세월호 특별수사단을 예로 들며 “마약 수사나 조직범죄 등 수사 노하우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직접 수사 범위를 좁히자는 게 ‘검찰개혁’인데 검찰이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경의 관계에 대해서도 경찰은 ‘지휘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로 바뀐 만큼 형사소송법의 세부조항도 ‘협력 관계’로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경찰의 권한이 늘어난만큼 검찰의 사법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윤석열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검경수사권 조정 사안에서는 검찰 일선의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18일 공개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인사 권고안의 핵심은 특수·공안 출신 대신 형사·공판 검사를 우대하라는 것이다. 검사장 및 지청장의 5분의 3 이상을 형사·공판부 경력 검사로 채우라고 권고했다. 검찰내 오랜 과제였던 ‘형사부 강화’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실상은 특수통 중심의 윤석열 총장 측근 견제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7월 검찰 정기 인사에서 추 장관이 개혁위 권고에 따른 인사를 할 경우 검찰 내부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개혁위는 검찰총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내용의 또 다른 권고안도 준비중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 1월 검사장급 간부 학살 인사에 이어 남아있는 중간간부 이하 윤석열 사단마저 보내고 나면 윤 총장의 고립무원 상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운명이 어찌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수민·박사라·이가영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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