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제각각 코로나 피해 집계…미국 사망자 통계보다 30%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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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실질적인 사망자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이나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망자가 9만명으로 집계된 미국의 경우 그보다 30% 많은 12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까지 나온다. 사망 원인임을 판정하는 방식이 제각각인데다 코로나 검사 역량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미국·이탈리아 실제 사망자 수 훨씬 많아" #영국 코로나19 사망자 5만 명 넘어…BBC 추정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장례식장에서 4월 29일(현지시간) 직원들이 시신을 냉동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장례식장에서 4월 29일(현지시간) 직원들이 시신을 냉동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AP=연합뉴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통계 시스템의 심각한 하자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코로나19 사망으로 집계된 데이터가 실제 사망자 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진짜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수는 얼마인가’라는 통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코로나19가 미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3월 중순부터 각 주의 초과 사망자(예년 대비)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를 비교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 사이트를 인용,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알려진 것보다 30% 더 많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초과 사망자가 약 5만5000명 발생했는데, 그중 4만 명만이 코로나19 사망자로 기록됐다. 18일 기준 미국의 공식 사망자 수는 9만 명을 넘었다.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치비타베키아에 있는 산타 체칠리아 요양원에서 4월 17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치비타베키아에 있는 산타 체칠리아 요양원에서 4월 17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두·세 번째로 많은 영국과 이탈리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카타네오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탈리아의 실제 사망자 수는 집계된 사망자 수의 2배가 넘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역사회 사망자가 제대로 집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BBC 방송은 5월 1일 기준 영국의 실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2만 8000명의 2배에 가까운 5만에 달한다고 12일 보도했다.

반면 벨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사망률로 주목을 받았다. 벨기에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6.4%로,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사망자는 79명이다. 이는 미국(27명) 영국(52명) 이탈리아(53명)보다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벨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할 때도 중환자실의 40%가 여유가 있을 정도로 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국가다.

◇사망 원인 집계 제각각

국가별로 이처럼 실제 사망자와 공식 사망자의 차이가 다른 이유는 나라와 지역마다 집계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에만 집계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코로나19 의심 증상만 보이다가 사망해도 누적 사망자에 포함하는 나라도 있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판정이 난 경우에만 감염증 사망자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사인을 규정하는 것이 간단한 과정이 아니며, 지역과 주마다 규정과 법률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검사 능력의 차이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NYT는 코로나19 검사가 제한적으로 이뤄진 것이 미국 내 누적 사망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원인으로 봤다. 확진 판정이 나지 않아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약 480만 명이며 사망자는 31만8000명이 넘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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