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스크 '빨간 알약'에 이방카 화답···워쇼스키 "둘 다 엿먹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테슬라와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열린 위성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열린 위성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빨간 알약을 택하라(Take the red pill)."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매출이 쑥쑥 느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17일(현지시간) 이런 묘한 트윗을 남겼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는 머스크의 트윗을 공유하며 "택했다(Taken)"고 대꾸했다. 영화 '매트릭스'에 나온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인데, 정작 매트릭스의 감독 릴리 워쇼스키는 "둘 다 엿 먹으라(Fu** both of you)"는 트윗을 남겼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빨간 알약'은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다. 네오는 매트릭스의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는 빨간 알약과 행복한 무지 상태에 있는,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파란 알약,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후 영미권에서는 '빨간 알약'이 불편한 진실을 상징하는 밈(meme·문화적 유전)이 됐다.

일론 머스크가 17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글. [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17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글. [트위터]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미국 네티즌 사이에서 '빨간 알약을 택했다'는 말은 정치적으로 각성해 오른쪽(보수 진영)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에게 감화받았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공화당의 상징색도 빨간색이다.

테슬라 공장 가동 문제로 민주당 정치인들과 갈등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 11일(현지시간) 테슬라 직원이 차량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 11일(현지시간) 테슬라 직원이 차량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는 테슬라 공장 가동 문제로 캘리포니아 주(州)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에 있는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3월부터 가동이 중단됐고 전기차 생산에도 차질을 빚었다. 그러자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Stay at home) 정책을 '파시스트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캘리포니아주가 지난 8일부터 일부 소매점의 영업 재개를 허용하면서 갈등은 더 커졌다. 머스크도 "테슬라 공장 가동 재개"를 선언했지만 주 정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슬라 공장은 근로자만 1만1000명으로 재가동 시 위험이 높다(high risk)는 판단에서다.

머스크는 지난 9일 주 정부의 조치를 비난하며 테슬라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로레나 곤잘레스는 "빌어먹을 일론 머스크(Fu** Elon Musk)"라는 트윗을 남겼다. 캘리포니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으로 개빈 뉴섬 주지사도 민주당 소속이다.

트럼프 "캘리포니아, 테슬라 공장 재개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화당 주지사들과 함께 경제 재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나섰다. 12일 트위터로 "캘리포니아는 당장 테슬라 공장을 열게 해야 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땡큐"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어 16일 테슬라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보건당국 담당자가 승인했다"며 공장 재개 소식을 알렸다.

다음날인 17일, 머스크는 "빨간 알약을 택하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 트윗은 머스크가 우파 또는 공화당 지지자가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방카 트럼프도 그런 의미로 화답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의 "빨간 약" 언급 트위터를 공유했다.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의 "빨간 약" 언급 트위터를 공유했다. [트위터]

2016년 힐러리 후원했던 머스크 

머스크는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스로를 "반은 민주당, 반은 공화당, 사회적으로는 자유주의, 경제적으로는 보수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체로 민주당 성향일 것으로 추정됐던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수혜를 본 대표적인 사업가로 꼽힌다. 2018년 연방정부 자료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머스크는 공화당 정치행동위원회(PAC) 주요 기부자로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PAC에 3만8900달러(4798만원)를 기부해 상위 기부자 50명 안에 들었다. 하지만 당시 머스크는 "나는 어떤 정당의 최고 기부자가 아니다"라며 "나는 독립적이고 정치적으로 온건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 기부했다"고 선을 그었다.

테슬라,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역대 최고 실적 

머스크의 테슬라는 2020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1월 한 달간 주가는 112% 폭등했고 지난달 29일 테슬라 측은 "10만 3000대 가까운 생산량과 기록적인 판매량으로 창업 이후 최고의 1분기 실적을 얻게 됐다"고 발표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가 코로나19로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테슬라만은 전년 대비 1분기 판매량이 40%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프리몬트 공장의 가동 중단 사태는 2분기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올해 전기차 50만대 생산을 공언한 바 있으며 감염병 확산 중에도 목표치를 낮추지 않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