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저 약으로 버텼습니다"…극단선택 경비원 마지막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비가 억울한 일 다시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강력히 처벌해주세요.”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 A씨(49)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59)씨가 남긴 ‘음성 유서’입니다. 최씨가 유서를 남긴 건 지난 4일. 근무지에서 첫 번째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날입니다.

이날 A씨는 최씨에게 “이건 일방폭행이 아닌 쌍방폭행이다”라며 “다쳤으니 수술비 2000만원을 준비하라”고 문자 메시지를 남깁니다. 두려움을 느낀 최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주민들이 만류에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최씨를 병원으로 이송시켰지만 지난 10일 최씨는 끝내 자신의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음성 파일 속 최씨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A씨라는 사람한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다”며 A씨를 처벌해달라고 호소합니다.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 얼굴 봐보세요. 고문 즐기는 얼굴입니다. 겁나는 얼굴이에요"라며 "저같이 마음 선한 사람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도움 준 이웃 주민을 향해선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최씨는 “○○ 엄마·아빠, ✕✕식품 누님, ○○○○호 사모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내가 저승에 가서라도요 그 은혜 꼭 갚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최씨의 음성 유서는 총 3건으로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된 음성 파일은 2건입니다. 나머지 1건은 경찰이 핵심 물증으로 갖고 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음성 파일에는 최씨의 코뼈가 부러진 날의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