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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피플] 49조원 부자 재무장관, 파월과 내일 상원서 부양책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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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스티븐 므누신

스티븐 므누신

스티븐 므누신

브레이크 없이 중국과 격돌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스티븐 므누신(58) 재무장관이 버티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맞서 미국 경제와 미국 근로자들을 지킬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중국 압박에 나섰다.

골드만삭스 거쳐 헤지펀드 차려 #360원 연체한 90세 노인 집 압류 #위기 때 돈냄새 탁월, 친기업 성향 #코로나 경제 패닉 돌파력 주목

그가 요즘 공식 석상에 더 자주 등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경제가 휘청이면서다. 경제 수장으로서 정책의 키를 쥐고 패닉을 잠재우는 게 그의 역할이다. 재무장관은 달러 지폐에 이름을 새길 수 있다. 2017년 11월15일 이후 발권된 미국 달러의 오른쪽 아래엔 ‘Steven T. Mnuchin’이라는 글자가 나온다.

2017년 11월15일 발권되는 달러 지폐. 므누신 장관의 서명(원 안)이 박힌 첫 지폐였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15일 발권되는 달러 지폐. 므누신 장관의 서명(원 안)이 박힌 첫 지폐였다. [연합뉴스]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주도하고, 4조 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QE), 즉 돈 풀기 정책을 발표한 것도 므누신이다. 19일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과 함께 상원에 나란히 출석해 경기부양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의 한 마디에 미국 경제,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출렁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2월13일, 백악관에서 므누신을 재무장관으로 공식 임명했다. 지명이 된 건 트럼프 당선 직후인 2016년 11월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장관 중에서 드문 장수 장관이다. 사실 므누신은 임명도 하기 전에 지명 철회 당할 뻔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의 트럼프 대통령 관련 책인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인 게리 콘을 불러 “당신이 재무장관 하면 딱인데. 내가 (므누신으로) 잘못 뽑았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자리엔 므누신 본인도 있었다.

몇 시간 뒤, 뉴욕타임스(NYT)는 “재무장관에 므누신 임명 예정”이라는 단독 기사를 속보로 낸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핵심 참모인 재러드 쿠슈너는 “므누신이 NYT에 흘린 게 분명하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게리 콘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포브스지의 집계에 따르면 므누신은 장관 지명 당시 400억 달러(약 49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므누신은 뼛속까지 금융맨이다. 게리 콘과 같은 골드만삭스에서 17년을 일했다. 본격적으로 돈을 번 건 골드만삭스를 나와 자신의 헤지펀드를 차리면서다. 위기와 파산에서 돈 냄새를 맡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영난에 처한 담보대출 금융기관 ‘인디맥’을 인수해 ‘원웨스트 뱅크’로 이름을 바꾸고 막대한 이윤을 창출했다. 원웨스트뱅크는 90세 노인의 집을 압류하기도 했는데, 플로리다 주에 거주하는 이 노인이 원웨스트의 역모기지론(한국의 주택연금에 해당)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30센트(약 360원)을 내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자산 증식에 있어선 냉혈한이라는 평판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 출신인 만큼 정책은 시장 친화적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집중하고 있으나, 금융업의 규제를 혁파하고 친기업 성향을 드러내는 정책을 펼쳐왔다.

북한에는 저승사자다. 미국의 대북 제재를 집행하는 게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실(OFAC)이어서다. 므누신 휘하에서 북한에 미국이 가한 독자 대북제재는 230건이 넘는다. OFAC이 2018년 특별지정제재 대상으로 올린 인물 중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있다.

그는 장관 임명 후 결혼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상대는 18세 연하인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다. 므누신은 ‘아바타’ ‘엑스맨 유니버스’ 영화 제작에도 참여해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표현대로 “손대는 것마다 대박 나는 투자의 전설”인 셈이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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