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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1000만원 예탁 안 하면 레버리지 ETF 투자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9월부터 레버리지나 인버스 레버리지 등 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하려는 개인 투자자는 증권 계좌에 최소 1000만원을 넣어둬야 한다. 또 증권사는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긴급한 상황에서 ETN을 즉시 추가 발행하거나, 조기 청산할 수 있게 된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정책관. 연합뉴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정책관.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17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ETF와 ETN은 주식·채권은 물론 외환·원자재 등 다양한 투자자산 수익률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ETF·ETN을 활용해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다양한 투자자산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원유 레버리지 ETN에 몰려간 신규 투자자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원유 ETN 투기 광풍이 불었다. 국제 유가가 급락을 거듭하자, 시장엔 머잖아 원유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많은 투자자가 이런 기대감에 원유 ETN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 지난 1월 2만8000개 수준이던 ENT 활동 계좌 수는 지난달 23만8000개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623억원이던 원유 ETF·ETN 거래대금도 5월 현재 하루 평균 2667억원으로 폭등했다.

이들 투자자는 원유 레버리지 ETN에 특히 몰렸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률을 두배로 반영하는 구조다. 원유 레버리지 ETN에 수요가 경쟁적으로 몰리면서, 기초자산인 원유의 지표가치와 ETN의 시장가격 간 격차인 '괴리율'이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문제도 발생했다. 괴리율이 높아지면 향후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원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ETN 시장가격이 하락해 투자자가 손실을 보게 된다. 금융당국이 거래정지·투자경보 발령 등 조치를 수차례 취했지만, 시장은 식을 줄 몰랐다.

레버리지 ETF·ETN 투자 땐 기본 예탁금 1000만원

이에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쓰기로 한 것이다. 먼저 기초자산 가격을 2배 이상 추종하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레버리지(일명 곱버스) 같은 투기성 ETF·ETN을 일반 주식시장에서 분리해 별도로 관리한다. 이들 상품이 내재하고 있는 위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상장심사, 투자자 진입규제 장치 등을 마련하는 식이다. 레버리지 ETF·ETN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사전에 의무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 금융위원회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또 충분한 사전지식 없이 추종 매매하는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레버리지 및 곱버스 ETF·ETN에 기본 예탁금 1000만원을 도입기로 했다. 기본예탁금은 투자자가 금융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계좌에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는 돈이다. 그간 선물·옵션(1000만원)과 주식워런트증권(ELW·1500만원) 거래 등에만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또 레버리지 및 곱버스 ETF·ETN을 신용거래(대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괴리율 6% 넘으면 '투자유의' 지정…ETN 상품은 다양화

한국거래소의 시장관리 기능도 강화한다. ETN 투자유의종목 지정 기준인 '괴리율 30%' 요건을 국내 기초자산의 경우 6%, 해외 기초자산의 경우 12%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또 괴리율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ETN 발행사(증권사)에게 전체 상장 수량의 20%에 해당하는 유동성 공급물량을 의무적으로 확보하게 할 방침이다.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긴급 상황에서 발행사가 ETN을 즉시 추가 발행하거나 조기 청산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아울러 다양한 ETN이 출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코스닥150·KRX300 등 국내시장 대표적인 벤치마크지수부터 해외 우량주식 등을 기초지수에 포함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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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안들은 오는 7월부터 9월 중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이번 건전화 방안 발표로 현재 과도한 투기 수요가 쏠려 있는 부분은 불가피한 조정 과정을 있을 것"이라며 "장기·중장기적으로는 ETF·ETN 시장이 균형되고 안정적인 자산관리 시장으로 발전할 수는 큰 모멘텀(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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