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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백령도 상징 절반 사라졌다···점박이물범 어디로 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해 백령도의 상징물 격인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제311호)이 어디로 갔을까. 올해 봄 환경단체 등의 모니터링에서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가 목격됐다. 점박이물범은 2006년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한 해양 포유류다. 봄부터 가을까지 백령도 부근 바다에서 지내다 중국 보하이(渤海) 랴오둥(遼東)만에서 겨울을 난다.

환경안보아카데미는 지난 6∼8일 사흘간 물범바위, 연봉바위 일대를 모니터링한 결과 점박이물범 34마리가 발견됐다고 15일 밝혔다. 물범바위 주변 및 해역에서 21마리, 연봉바위 주변 및 해역에서 13마리의 모습이 각각 관찰됐다. 이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봄철에 관찰된 평균 개체 수 88마리에 비해 절반 이상인 54마리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 6일 서해 백령도 물범바위에서 쉬고 있는 점박이물범. [사진 환경안보아카데미]

지난 6일 서해 백령도 물범바위에서 쉬고 있는 점박이물범. [사진 환경안보아카데미]

지난 6일 서해 백령도 연봉바위 주변 바다에 나타난 점박이물범. [사진 환경안보아카데미]

지난 6일 서해 백령도 연봉바위 주변 바다에 나타난 점박이물범. [사진 환경안보아카데미]

올봄 예년의 절반 이하인 34마리 발견  

진종구(대진대 교수) 환경안보아카데미 원장은 “점박이물범이 올해처럼 서식지인 바위 두 곳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경우는 처음이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두 곳 바위 주변 바다에 산재해 설치된 400여 개의 까나리 어망 일대에서 수십 마리의 점박이물범이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목격돼 개체 수의 급격한 감소로 단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진 원장은 “다만 이전에도 봄철이면 물범바위, 연봉바위 일대 바다에 까나리 어망이 산재해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올해 물범바위, 연봉바위 일대에서 점박이물범이 예전만큼 보이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보다 정밀한 탐사를 통해 서식지 환경 변화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서해 백령도 물범바위. [사진 환경안보아카데미]

지난 6일 서해 백령도 물범바위. [사진 환경안보아카데미]

환경안보아카데미 측의 모니터링 결과 해양수산부가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해 지난 2018년 말 물범바위 인근 하늬바다에 조성한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물범쉼터)’에서도 점박이물범의 모습은 사흘 동안 보이지 않았다. 진종구 원장은 “물범쉼터는 해안가에서 가까워 점박이물범이 편히 쉬기 어려운 여건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범쉼터에서도 사흘간 목격되지 않아  

진 원장은 이와 함께 많은 관광객이 ‘감람암 포획석’을 보기 위해 해안 통문을 통해 물범쉼터와 400여m 거리의 해안으로 들락거리는 것도 점박이물범의 생태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물범쉼터가 점박이물범의 천적인 백상아리가 출몰하는 여름철에는 간혹 백상아리를 피해 점박이물범이 피난처로 활용하는 등 연간 수차례 피난처 겸 휴식처로 사용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서해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사진 환경안보아케데미]

서해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사진 환경안보아케데미]

앞서 해수부는 지난 2018년 11월 국내 최대 점박이물범 서식지인 물범바위 인근 해역에 18억원을 들여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를 조성했다. 물범쉼터는 물범바위 인근 하늬바다에 섬 형태로 상부 노출 면적 350㎡ 규모에 길이 20m·폭 17.5m로 만들어졌다. 인공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1㎥급 자연석을 활용했다. 물범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수면 위에 노출되는 마루의 높이를 네 단계로 구분해 물범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지난해 8월 9일 오후 3시 30분쯤 ‘점박이물범 인공쉼터’에서 점박이물범 무리가 휴식하는 장면. [사진 인천녹색연합 박정운 단장 ]

지난해 8월 9일 오후 3시 30분쯤 ‘점박이물범 인공쉼터’에서 점박이물범 무리가 휴식하는 장면. [사진 인천녹색연합 박정운 단장 ]

진종구 환경안보아카데미 원장은 “앞으로 물범쉼터에 대한 사람의 간섭이 없어지고 점박이물범이 위협을 느끼지 않는 시점이 도래하면 많은 개체의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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