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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로보어드바이저 운용, 퇴직연금 시장도 바꿀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56)

‘언택트(untact)’란 접촉한다는 의미의 단어 ‘콘택트(contact)’에 부정적인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이다. 이것이 코로나19 사태로 갑자기 나온 말처럼 회자되지만 그렇지 않다. 1인 가구 증가,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식품) 시장의 발달,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로 이미 2~3년 전부터 국내 소비 유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만큼 생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단지 코로나19 사태로 확산한 것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것은 시장 진화의 한 방편 같아 보이지만 기존의 교환관계(exchange relationship)를 근원적으로 변화시키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미 4차산업 혁명으로 변화의 씨앗은 뿌려졌고 그것이 코로나19 사태로 급물살을 탔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4차 산업혁명 완성시기를 급속히 앞당겼다고 볼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 가정식 대체식품 시장 발달,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 등으로 '언택트(비대면)'가 국내 소비 유통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 pixabay]

1인 가구 증가, 가정식 대체식품 시장 발달,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 등으로 '언택트(비대면)'가 국내 소비 유통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 pixabay]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언택트랜스포메이션(untactransformation)’의 완성으로도 불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인간의 활동을 디지털 언택트랜스포메이션의 강력한 추동력이 되고 있다.

그럼 퇴직연금에서는 언택트가 어떻게 영향을 줄까? 첫째는 자산운용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서비스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사전 계획된 알고리즘이나 빅데이터 분석 혹은 인공지능(AI)으로 퇴직연금 가입자의 재무상태, 위험 선호 경향, 자산운용 데이터 등을 분석해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거나 리밸런싱하며 운용해 주는 자산관리서비스를 말한다.

언택트 자산운용 서비스는 물론 전문가의 개입이 거의 없으므로 수수료는 저렴하기 마련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확대 배경은 아래 [그림1]과 같이 인구구조변화, 규제환경변화, 경제적 유인증대, 기술진보이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결정적인 사용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이 퇴직연금제로 옮겨 올 것은 매우 당연해 보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한 번도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언택트 경제가 일상화하면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 쉽고, 시간이나 비용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위험 통제방법도 어느 정도 안내해 주고, 퇴직연금 사업자보다 더 똑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가입자 교육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비대면 의사소통수단의 활용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표1]에 나타난 정보통신정책 연구원의 ‘국내 주요 ICT 기업의 코로나 19사태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 현황’을 보면 통신 관련 기업은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본격화하고, 소통 수단을 다양하게 채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시스템을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에 활용하면 지금까지 업무시간 방해, 가입자 관심유발 부진, 가입자의 소극적 태도, 상시 접속 어려움 등의 어려운 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현재 교육 실효성이 극히 낮은 교육자료 발송에 그쳤으나 비대면 통신수단을 통하면 참여적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사 다 그러하듯 모든 현상에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이번 코로나 19사태를 퇴직연금 시장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운용의 편리성을 높일 수 있고 가입자 교육의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

사용자도 물론 책임감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고 사업자도 자산운용이나 가입자 교육과 관련해 콘텐츠 다양성이나 흥미 유발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가입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현재 주식시장에서는 이른바 ‘동학 개미’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들이 투자정보를 찾아내는 곳이 유튜브 같은 SNS 채널이다. 비대면 채널로 자산운용과 가입자 교육을 활성화한다면 퇴직연금제 제도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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