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뒤집어놓은 WTO…1년 남은 사무총장 돌연 사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조기 사임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는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오는 8월 31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브라질 외교관 출신의 아제베두는 2013년부터 WTO 6대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연임을 거쳐 2021년 9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예정보다 1년 일찍 자리를 내려오게 됐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조기 사임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제베두는 “이것은 개인적인 결정이자 가족을 위한 결정”이라면서도 “WTO를 위해 내린 결정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NYT는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조기 사임 계획은 WTO 관계자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무역과 국제협력을 강조해 온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예정보다 일찍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며 세계 경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2월부터 트럼프 정부는 WTO 상소 기구 위원 선임에 반대해 WTO의 분쟁 해결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켜놓은 상태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 국제기구 수장이 사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조쉬 립스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 이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세계 무역 시장에 있어 최악의 쇼크”라면서 “WTO 수장이 물러나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망가진 국제무역 시스템을 고칠 리더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는 현 사무총장의 임기 만료 직전 해 12월에 후보를 접수해 선거운동, 선호도 조사 등 단계를 거쳐 5월 내정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사임 시기는 차기 사무총장 선거 일정 및 내년 열리는 각료회의(MC12) 일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