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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세미나서 봤다'는 진술 나온 뒤…조국 딸 말 바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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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29)씨가 출석했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는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조씨의 한영외고 동기 장모씨와 대원외고 친구 박모씨의 "조민이 참석한 기억은 없다"는 증언과 배치된다.

재판부 "증인 진술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

14일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해당 증언을 한 사람은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던 B씨다. 증인신문 중 일부를 발췌했다.

전 서울대 공익법센터 사무국장 증인신문 中

검찰(검)=조민이 세미나 참석했다 진술한 적 있나
B씨=네
검=참석한 게 사실인가
B=사실이다.
검=세미나 당시엔 조국 교수 딸인지는 몰랐다고 했죠
B=당일엔 몰랐다.
검=그럼 어떻게 조민이 온 걸 기억하나
B=(저녁 식사로) 30명 정도 예약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얼마 안남아서 끝까지 있던 사람들은 같이 가서 밥을 먹었다. 그래서 그날 봤다. 자기 소개를 했다.
검=그사람이 조민인줄 어떻게 아나?
B=본인이 조민이라고 말했으니까.

B씨는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한인섭(61) 형사정책연구원장의 서울대 법대 제자다. 한 원장은 조씨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줬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당시 서울대 법대 세미나에서 조씨를 봤다고 밝힌 증인은 B씨가 처음이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조씨의 친구이자 단국대 장영표 교수의 아들 장모씨는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완전히 거짓이다"고 검찰에 진술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檢 "B씨 조사 뒤 조민 말 바꿔" 

검사는 이날 B씨에 대한 증인신문 중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B씨가 조민을 세미나에서 봤다고 밝힌 뒤, 조민의 진술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씨가 처음 검찰 조사를 받았을 때 세미나에 앉았다고 말한 자리가, B씨를 조사한 이후의 조사에선 B씨가 말한 자리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B씨에게 "조민 측에게 검찰조사 내용을 말해준 적이 있냐"고 추궁하듯 물었고 B씨는 "말한 적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B씨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려 다양한 질문을 제기했다. B씨는 신문 과정에서 "한인섭 원장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인신문 중 일부다.

전 서울대 공익법센터 사무국장 증인신문 中

검찰(검)=한인섭 원장은 지난해 검찰이 조국 일가에 대한 최초 압수수색에 들어간 날 증인에게 전화해 14분간 통화한 뒤 당시 조국 장관 후보자와 두 차례 통화했고, 다시 증인과 두 차례 전화했다. 어떤 내용에 대해 통화했나
B씨=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공익인권법 센터 운영 방식 등에 대해 말했다.
검=조민씨 인턴 확인서에 대해서도 대화 나눴죠.
B=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불명확하다.
검=검찰이 최초로 압수수색하고 언론에 보도가 많이 나올 때라 당시 통화 내용이 기억 안날리는 없지 않나
B=한인섭 원장님과 통화를 많이한다. 정확히 무슨 대화했는지 모르겠다.
검=한인섭 원장과 통화를 많이 했나
B=한 원장님은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셨다.

변호인 반박신문 뒤 추가 증인신문
검=한인섭 워장 통화내역 다시 제시한다. 당시 조민 특정해서 묻지 않았나.
B=대단히 조심스러운 시기여서 (조민) 그 자체는 묻지 않았다.
검=조민과 관련해 아무런 대화 없었다는 건가
B=그랬던 것 같다

이날 B씨의 증언은 지난해 검찰 조사 당시와 달랐다. 진술 중에도 조금씩 엇갈렸다. 11년 전 발생한 일에 대한 B씨는 "기억이 정확치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일관되게 진술했다.

한인섭(사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이 14일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정경심 교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대단히 부당하다"며 한 원장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연합뉴스]

한인섭(사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이 14일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정경심 교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대단히 부당하다"며 한 원장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연합뉴스]

재판부 "증인 진술 듣기 혼란스럽다" 

재판부가 B씨의 증언 중 일부 진술이 엇갈리자 "왜 증인은 모든 경우를 다 이야기하고 있나. 어떤 말이 맞는 건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때도 B씨는 "세미나가 끝난 뒤 (당시 외고생이) 조국 교수의 딸이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여러 진술을 하셨는데 듣기에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B씨가 당시 조민이라고 지목한 학생의 머리가 "가슴까지 내려왔다"고 말한 부분을 언급하며 "영상 속 머리의 학생은 단발이었다""10년 전에 한 번 본 여성을 당시 세미나 영상만 보고 특정할 수 있는 이유가 있냐"고 재차 캐물었다. B씨는 "조민이 맞다"고 했다.

정 교수 측에 유리한 증언나와 

이날 B씨의 증언은 정 교수와 조씨에게 유리한 증언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날 B씨의 증언이 조씨의 서울대 법대 허위 인턴 의혹 자체를 반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씨의 생활기록부엔 당시 서울대 법대 인턴을 2주간 했다고 기재돼 있다. 조씨와 함께 세미나에 참석했고 같이 생활기록부에 기재한 한영외고 친구 장씨는 "세미나에 몇시간 참석했을 뿐 허위스펙을 적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세미나 참석 사실만으로 허위 인턴 의혹이 해소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세미나 참석 전 한인섭 원장이 조씨에게 2주간 스터디 과제를 내줘 한영외고 친구들과 같이 스터디를 했다"고반박했다. 다만 해당 주장을 입증할 조씨의 한영외고 친구는 아직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고 있다. [뉴시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고 있다. [뉴시스]

재판부 "정경심 석방과 판결 결과 관련 없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정 교수의 재판을 시작하며 "(정 교수의) 추가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것과 향후 선고될 판결 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추가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것이 피고인의 주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된다는 뜻도 아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한 원장이 공무상 일정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증인은 형법과 인권을 가르쳤고 현재 공직에 있는 상황에서 법정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다시 불출석할 경우 구인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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