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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캔이 시급보다 비싸다…코로나가 만든 맥주 암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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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에서 자택 격리 기간 '힙스터의 주종'으로 알려진 데킬라 매출이 60% 급증했다. 중앙포토

미국에서 자택 격리 기간 '힙스터의 주종'으로 알려진 데킬라 매출이 60% 급증했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의외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업종이 있다. 바로 주류업계다. 그중에서도 멕시코 테킬라와 중국 마오타이(茅臺) 제조업체는 팬데믹 이후 매출이 급증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외출을 못 하는 대신 집에서 혼자 또는 가족·친구들과 술을 즐기는 홈파티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미 홈파티족 사로잡은 테킬라 #중국 명주 마오타이 호실적에 주가 고공행진 #멕시코 암시장에서 맥주 한캔 시급보다 비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 시간) “멕시코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남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다르게 멕시코 대표 상품 테킬라는 뜻밖에 엄청난 수혜를 보고 있다”며 “셧다운(봉쇄) 조치로 집 안에만 머물러야 하는 미국인들이 새롭고 흥겨운 파티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테킬라를 더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아가베 농장 모습. 테킬라의 주원료인 선인장의 종류 아가베는 멕시코에서만 자란다. [AP=연합뉴스]

멕시코 아가베 농장 모습. 테킬라의 주원료인 선인장의 종류 아가베는 멕시코에서만 자란다. [AP=연합뉴스]

실제로 테킬라는 미국 자택격리 기간 가장 인기 있는 주종(酒種)으로 밝혀졌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내 테킬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 와인·위스키·보드카 등 다른 주종(10~30%)을 압도했다. 덕분에 멕시코 테킬라 제조업체의 1분기(1~3월) 총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멕시코 테킬라 제조업체가 셧다운 기간에도 쉴 틈 없이 공장을 돌릴 수 있었던 이유는 봉쇄 조치를 가까스로 피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가 본격화되자 맥주 등 주류업체를 포함해 비필수 산업의 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나 테킬라 제조업계는 생산을 중단할 경우 멕시코 수출 및 고용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 테킬라 양조장 모습. 멕시코 테킬라 제조업계는 7만명을 고용한다. [AP=연합뉴스]

멕시코 테킬라 양조장 모습. 멕시코 테킬라 제조업계는 7만명을 고용한다. [AP=연합뉴스]

로돌포 곤잘레스 멕시코 테킬라협회장은 “테킬라는 멕시코의 상징적인 수출 브랜드”라며 “멕시코에서만 자라는 아가베(선인장) 수확 시기를 놓치면 농사를 망치고, 아가베 농장과 양조장에는 근무하는 7만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술인 바이주(白酒),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마오타이도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마오타이의 제조업체 구이저우 마오타이(貴州茅台) 그룹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오른 224억500만 위안(약 3조 869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16.7% 오른 130억9400만 위안을 달성했다. 덕분에 주가는 고공행진이다. 구이저우 마오타이 주가는 연초 대비 17% 상승, 시가총액은 1조6745억 위안(약 289조원)으로, 삼성전자(약 286조원)와 코카콜라(약 235조원)를 넘어섰다. 매출과 주가뿐 아니다. 가격도 계속 치솟고 있다. 공급량이 높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인 500㎖, 53도짜리 페이톈(飛天) 마오타이는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에서 한 병에 2800 위안(약 48만원)에 팔린다.

구이저우마오타이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구이저우마오타이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면, 멕시코 내 맥주파 주당들은 울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로나’ ‘에스트레야’를 생산하는 멕시코 주류 기업 그루포 모델로와 ‘도스에키스’를 제조하는 하이네켄 멕시코가 지난 3월 공장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연간 맥주 소비량은 세계 4위에 달한다. 가계의 70%가 매주 맥주를 구매한다.

맥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암시장까지 생겨났다. 미국 접경지역인 티후아나 암시장에서는 맥주 한 캔 가격이 27페소(약 1390원)에 달한다. 이 지역의 하루 최저임금(8시간 기준)은 185.5페소(약 9560원). 한 시간을 꼬박 일해도 맥주 한 캔조차 사 먹을 수 없게 된 셈이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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