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탄소 감축 목표가 국제 기준의 50%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과학 정책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13일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배출 감축 경로〉 보고서에서 “한국의 현재 탄소 감축 목표는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의 37% 감축’이란 한국 정부의 목표를 ‘2030년 BAU 대비 74%’로 강화해야 국제 기준에 겨우 부합한다”고 밝혔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독일에 위치한 기후‧과학 관련 정책 분석‧연구기관이다. 전 세계가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파리기후협정, UNFCCC 협상에 따른 결과, 전망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기후변화 대응그룹인 사단법인 기후솔루션과 함께 진행했고, 유럽기후재단(ECF)에서도 지원한 프로젝트다.
“2억 4900만 톤 감축 턱없이 부족, 4억 9400만 톤은 줄여야”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은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각국이 얼마나 탄소배출량을 줄일지’ 목표치를 정해 5년마다 UN에 제출한다. 올해는 각 나라에서 새로운 목표치를 제출하는 해다.
파리 기후협정이 배출량 감축 목표 제시를 위해 기준점으로 잡은 시기는 '2030년'이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탄소 배출을 계속한다면 2030년 탄소 배출량은 7억 8500만 톤(tCO2e)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목표로 잡은 탄소배출량은 2030년 5억 3600만톤(tCO2e)이다. 예상 배출치에서 2억 4900톤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파리협정에서 정한 '1.5도'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2억 1700만톤(tCO2e)까지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예상 배출치에서 4억 9400만톤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계획 감축량의 2배다.
“‘그린뉴딜’ 한다면서… 정부가 ‘믿을만한 계획’ 내놔야”
보고서는 '2050년 탄소배출 제로(zero)'를 염두에 둔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한국이 석탄‧가스발전소 건설도 계속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우르술라 푸엔테스 (Ursula Fuentes) 선임연구원은 “'온실가스 순 배출량 0'(넷 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가 ‘믿을만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2030년 감축목표부터 파리협정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발전 부문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2029년까지 석탄‧가스 발전을 없앨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공개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는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와 가스발전소에 대한 감축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후솔루션 박지현 변호사는 “국제사회 기준에 맞을 정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전환 계획이 빠졌다”며 “10년 내 석탄발전소를 퇴출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더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표치 상향 없이 표현만 바꾼 한국, 국제법 위반"
지난해 12월 31일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제25조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존의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에서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은 “표현만 다를 뿐 배출량 목표치는 같아, 전혀 개선되지 않은 목표치”라고 비판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파리협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새로 제시할 때는 기존 감축 목표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을 규정한다”며 “지난해 정부가 세운 ’2017년 대비 24.4% 감축‘은 종전의 ’2030년 BAU 대비 37%‘와 표현만 다를 뿐 수치는 같아, 이대로 UN에 제출한다면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