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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영안실·콘서트홀…코로나 시대, 공항이 살아남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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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 영화관, 영안실까지…. 전 세계 공항이 생존을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에 여행객이 뚝 끊기면서다. 9일(현지시각) 미 교통보안청(TSA)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250만명에 달했던 미국 내 공항 이용객 수가 2020년 3월 말 이후에는 2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각국이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제한·여행제한에 나서면서다. 10일 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손을 놓고 있던 공항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텅 빈 활주로와 터미널을 활용해 코로나 19 극복을 돕고, 지친 시민들을 달랠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공항에서 듣는 맞춤형 클래식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항에서 열린 일대일 콘서트. [슈투트가르트 공항 홈페이지 영상 캡처]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항에서 열린 일대일 콘서트. [슈투트가르트 공항 홈페이지 영상 캡처]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항의 터미널은 매일 오후 2시 30분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콘서트홀로 탈바꿈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초대하는 관객은 단 사람, 일대일 맞춤형 콘서트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항에서 열린 일대일 콘서트. [슈투트가르트 공항 홈페이지 영상 캡처]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항에서 열린 일대일 콘서트. [슈투트가르트 공항 홈페이지 영상 캡처]

공연은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며 유명 음악가들의 재능 기부로 채워진다. 관람료는 독일 오케스트라 단체를 위해 전액 기부한다.

공항 주차장에서 영화를…자동차 극장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국제공항이 드라이브 인 형식의 극장을 오픈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국제공항이 드라이브 인 형식의 극장을 오픈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리투아니아의 빌 뉴스 공항은 거대한 드라이브인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지난달 29일 ‘항공시네마-여행의 시작’(Aero cinema-The Journey Begins)프로젝트-빌뉴스 국제 영화제(Vilnius IFF)를 열기 시작한 것.

공항 측은 코로나 19가 앗아간 여행의 설렘을 되찾기 위해 영화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국제공항의 주차장에서 운영하는 드라이브 인 씨어터. 관객은 각자의 차안에서 영화 '파라사이트'를 관람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국제공항의 주차장에서 운영하는 드라이브 인 씨어터. 관객은 각자의 차안에서 영화 '파라사이트'를 관람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공항 내 주차장·하역장·탑승장 등에 5층 건물 높이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놓고 자동차 200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사람들은 차에 탄 상태로 서로 격리된 채 영화를 관람한다. 티켓은 온라인으로만 구매할 수 있고, 한 차에 2명까지만 탑승할 수 있다.

비행기 주차장으로 변신한 활주로

코로나 19로 하늘길이 닫히면서 항공기도 갈 길을 잃었다. 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 4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메리칸 항공은 4월 한 달 동안 5만5000편 이상의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국제선에서는 평소 운항 건수의 75%, 국내선은 30%가 멈춰선 셈이다.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엄 국제공항에 주차된 델타항공 여객기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엄 국제공항에 주차된 델타항공 여객기들. [로이터=연합뉴스]

일부 공항은 오갈 곳 없는 항공기를 위해 활주로까지 내줬다. 9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한 미국 델타 항공은 운영이 중단된 여객기 600대를 애틀랜타의 하트 필드 잭슨 국제공항으로 보냈다. 유나이티드의 항공기는 플로리다 올랜도 국제공항을 안식처로 삼았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소속 항공기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활주로에 주차돼 있다. [AP=연합뉴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소속 항공기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활주로에 주차돼 있다. [AP=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국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의 전용 주차장이 됐다.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 영국 글래스고 공항과 본머스 공항 등도 활주로와 유도로 등을 항공기 보관소로 활용하고 있다.

격납고는 영안실·병원·의료용품 창고로 

지난 3월 말 영국 버밍엄 공항은 항공기 점검·수리하는 격납고에 임시 영안실을 마련했다. 코로나 19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시신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지면서다.

중국 샹하이 공항에서 런던으로 가는 버진 애틀랜틱 특별 전세 비행기에 실리는 의약품들. [연합뉴스]

중국 샹하이 공항에서 런던으로 가는 버진 애틀랜틱 특별 전세 비행기에 실리는 의약품들. [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히스로 공항은 의료용품 창고로 변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코로나 19 진단 키트·의료품·의료기기 등을 보관하기 위해서다. 의료용품을 수입하기 위해 화물기 운항도 평소보다 53% 늘렸다. 여객기 운항 횟수보다 많다.

중국에서 의약품으로 싣고 영국으로 향하는 버진 애틀랜틱 특별 전세 비행기.[연합뉴스]

중국에서 의약품으로 싣고 영국으로 향하는 버진 애틀랜틱 특별 전세 비행기.[연합뉴스]

미 아메리칸 항공은 아예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꿨다. 탑승객들이 타야 할 자리는 코로나 19 격리 자들에게 전달할 음식과 의약품이 차지했다. 벗진 대서양 항공은 활주로에 서 있는 여객기를 의료용품 화물 창고로 이용하고 있다.

터키는 이스탄불 투르크 공항 활주로 3개 중 2개를 폐쇄하고, 그곳에 코로나 19 병원을 짓기로 했다.

터키 이스탄불의 코로나19 치료 병원 건설현장. 아타튀르크 공항의 타맥 옆에서 건설 차량이 작업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의 코로나19 치료 병원 건설현장. 아타튀르크 공항의 타맥 옆에서 건설 차량이 작업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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