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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 “北, 한국 드라마 유포하거나 성경책 소지시 공개 총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유포하거나, 성경책을 소지한 주민들을 처형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18명의 탈북자를 심층 면접 조사하고, 연구원 측이 입수한 공식 문건 등을 토대로 북한 인권 실태를 분석해 12일 발간한 『북한 인권백서 2020』에서다.

교화소 등 구금시설 인권 실태는 더 열악 #가사와 노동 부담 컸던 여성인권은 다소 개선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2일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0. [자료 통일연구원]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2일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0. [자료 통일연구원]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함북 청진시 광장에서 한국 드라마 유포 및 마약 밀매를 한 주민 1명이 공개 총살됐다. 또 같은 해 양강 혜산시에선 남성 2명이 각각 한국영화 유포와 성매매 장소 제공을 이유로 총살당했다.

백서는 “최근 몇 년간 마약 거래행위와 한국 녹화물 시청ㆍ유포 행위에 대한 사형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마약이 북한 전역으로 퍼지고 있고 주민들이 한국 녹화물을 시청ㆍ유포하는 사례가 늘어나 북한 당국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백서에는 또 2015년 황해북도 길성포항에서 기독교 전파를 이유로 여성 2명, 반체제 전단 유통을 이유로 1명이 공개재판 뒤 처형됐다는 증언도 실렸다. 2018년 평안북도 평성에서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2명이 공개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수집됐다. 북한은 명목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종교활동을 허용치 않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교화소(교도소) 등 구금시설에서는 재판도 없이 처형이 이뤄지는 등 인권 침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서는 “2013년 전거리교화소에서 남성 수형자 2명이 싸우다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교화소 측이 모든 수형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 절차도 없이 가해자를 총살했다”고 공개했다.

2016년 4월 함흥교화소에서 도주 중 검거된 수감자에 대해 재판 절차 없이 공개 총살이 이뤄졌다는 탈북민의 증언도 백서에 실렸다.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구금시설 내에서 초법적으로 약식 또는 자의적 처형이 종종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백서는 공개 사형집행 현장에 불려 나가는 주민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서는 “인민반에서 사형집행 시간과 장소를 미리 공지는 하나 참석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증언이 수집됐다”면서 “과거보다 사형 현장에 나가는 주민들의 수는 대체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북한 여성의 인권도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백서는 설명했다. 북한 여성은 가족 부양과 가사노동을 모두 맡아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젊은 세대를 위주로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가정 폭력도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다는 증언이 수집됐다고 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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