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다시 번지는데 학교 보내기 불안” 장병들 “휴가·외출 또 중단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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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나온 군 장병들이 10일 서울역 국군장병라운지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휴가를 나온 군 장병들이 10일 서울역 국군장병라운지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중3 딸을 키우는 이모(49·서울 양천구)씨는 아이의 등교개학을 열흘 앞두고 불안감이 커졌다.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해서다. 그는 “학교가 정상 운영되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내기는 눈치 보인다”며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등교를 미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원발 집단감염에 등교 비상 #연기 요구 국민청원 동의 14만 넘어 #정부 “2~3일 역학조사 보고 판단” #군 확진 잇따라, 장병들 “미치겠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등교를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등교개학은 13일 고3을 시작으로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우선 고3 등교 직전까지 역학조사 결과를 보고 등교 연기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적어도 2~3일간 좀 더 이태원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초1 딸을 키우는 박모(40·서울 영등포구)씨는 “이태원 클럽 감염 확산으로 등교 결정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지 않냐”며 “아이들의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는 만큼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무리하게 등교개학을 했다가 학교 내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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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커뮤니티에도 등교개학 연기 관련 글이 올라오고 있다. 초3·초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2학기에 등교해도 충분할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교 연기 청원 글이 이어지고 있다. ‘등교개학을 미뤄야 한다’는 청원 글에는 14만 명 넘게 동의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등교개학 연기를 권고하고 나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일 SNS에 “지역사회 전파 범위를 평가해 봐야 하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 일단 개학을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충분히 조사하고 분석해 안전하다고 판단한 후 개학을 다시 결정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11일로 예정됐던 등교수업 운영 방안 발표를 연기한다고 밝혀 “13일의 고3 등교일 연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페이스북 글에서 “모든 위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여러 가능성을 두고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지를 남겼다.

한편 군장병들의 외출·휴가가 다시 통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장병 외출과 휴가 제한 조치를 76일 만에 해제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A하사 등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등 군대에서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A하사와 접촉한 장병 2명이 확진자로 판명나는 등 2차 감염이 현실화한 데다 추가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휴가를 나온 일병 B씨(23)는 “12월부터 밖에 못 나오고 있는 사람도 있다. 외출이나 휴가가 다시 통제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분위기가 안 좋다”고 말했다. 한 장병은 SNS에 “예전에는 힘들었다면 지금은 미칠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일을 겪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민희·채혜선 기자, 세종=김민욱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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