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개정 전망] 임의·대체조제 첨예 대립

중앙일보

입력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긴급 영수회담을 하고 7월 임시국회에서 약사법을 개정한다는 데 합의함에 따라 여야는 이번주부터 본격 협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영수회담에서는 7월 중 개정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개정 방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의료계와 약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임의조제 범위와 대체조제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약업계가 강력 반발, 약사법 조기 개정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의약분업의 원칙과 명분, 의료계.약업계간의 실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약사법의 관련 조항과 개정 전망을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국회에 개정 청원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영수회담 내용〓金대통령과 李총재는 7월 중 약사법을 여야 합의로 조기에 개정해 임의조제.대체조제 등에 관한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회담에서 李총재는 의약분업을 6개월 연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金대통령은 국민건강을 위한 의약분업제도를 장기간 준비해온 점을 들어 7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 임의조제〓의협은 청원서에서 7월 1일 시행예정인 약사법 제39조 2호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사법 제39조 2호에서 원래 용기나 포장된 상태라면 한가지 이상을 함께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임의조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쪽에서는 "이 조항을 편법적으로 활용할 경우 임의조제가 가능하다" 며 "판매가능한 포장단위를 30알 이상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 고 주장한다.

반면 약사들은 "임의조제는 절대 안 한다. 두 종류 이상의 일반약 판매가 조제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PTP(손으로 밀어서 꺼내는 포장) .포일(뜯어서 꺼내는 포장) 판매 약품의 단위를 10~20알 정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임의조제의 허용범위에 대해 자체 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 대체조제〓약사법 제23조의 2는 ´약사는 처방전에 기재한 의약품을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성분.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경우에 한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또 ´약사가 대체조제한 때에는 처방전 발행 의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며 사후통보하도록 했다.

그러나 의협은 "대체조제는 의사의 진료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고 대체조제 의약품 가운데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거치지 않은 것이 상당수 있어 약화(藥禍)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 규명이 어렵다" 며 "의사의 사전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대체조제를 허용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약사회측은 "대체조제시 환자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과 사후통지 의무가 뒤따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대체조제를 할 이유가 없다" 고 반박한다.

민주당은 대체조제시 의사의 사전동의를 받거나 의사 처방전에 대체조제 허용 여부를 표기하는 방안을, 한나라당도 의사의 사전동의를 확보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약화사고 책임소재〓약사법 제25조는 ´약사는 의사의 처방전을 2년간 보존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으나 의협은 "약사의 조제.판매기록부도 작성.보존토록 명시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약사의 불법조제.판매행위를 예방하고 약화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약사들은 "약사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 때문" 이라며 "법규정 내에서 대체조제하고 사후통보까지 하는 마당에 굳이 조제기록부를 작성.보존할 필요는 없다" 는 입장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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