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폐업 엇갈린 내각

중앙일보

입력

의료계 집단 폐업사태를 불러온 의약분업 실시를 두고 국무회의에서 장관들간에 50분간 설전(舌戰) 이 벌어졌다.

20일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세종실. 차흥봉(車興奉) 보건복지부 장관이 실태보고를 했다.

車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의사회가 조만간 내놓을 요구안을 검토해 수용여부를 결정하겠다" 고 말했다.

곧 참석자들의 걱정과 쓴소리가 쏟아졌다.

문용린(文龍鱗) 교육부장관은 "서울대 병원에선 전공의까지 파업에 가담하는 통에 오후부터 차질이 우려된다" 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최인기(崔仁基) 행정자치부 장관도 "지방도립병원도 상황이 안좋다" 며 "각 시.도지사들에게 병.의원을 설득하도록 얘기했다" 고 밝혔다.

김정길(金正吉) 법무부 장관은 "주동자에 대해 엄단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고건(高建) 서울시장은 "대화를 좀 더 해야 하지 않았나" 라고 지적했다.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은 "다른 개혁조치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고 걱정했다.

진념(陳稔) 기획예산처 장관은 "의료계가 보건복지부에 대해 신뢰도가 낮은 만큼 범정부 기구에서 처리해야 한다" 고 따끔하게 말했다.

車장관이 "의보수가를 재조정하겠다" 고 하자 田위원장이 "동네 의원을 기준으로 의보수가를 올리려면 끝이 없다" 고 받아쳤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정리했다. 金대통령은 "(의료계가) 일방적으로 정부의 굴욕을 강요하고 있다" 고 의료계를 비판한 뒤 "협상하되 원칙을 지키라" 고 주문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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