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의료개혁] 병·의원 폐업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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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의 집단폐업과 전공의 파업으로 20일부터 본격화한 의료공백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일부에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의약분업 시행을 놓고 아직까지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3~4일 이내, 길어도 1주일 이내에 해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태의 장기화에 정부는 물론 의료계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응급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기라도 한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이 의료계로 쏟아질 것은 자명하다.

의사협회측도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퇴 시한으로 잡은 23일까지 현재의 분위기가 지속돼 응급실.중환자실에서 제대로 치료를 못받아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의료계로서도 버티기 어렵다" 고 실토하고 있다.

국내 교통사고가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7백50건씩 발생하고 사망자만 26명, 부상자가 1천1백여명씩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전공의가 빠져나간 채 비상근무 체제로 버티는 국.공립병원이나 민간의료기관 응급실만으로는 1주일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다.

그러나 의사협회가 3~4일 만에 폐업.파업을 철회한다고 해도 의협조차 통제 불능인 개업의나 전공의들이 순순히 따를 것인가가 문제다.

현재의 의약분업안으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동네병원 의사들이 정부로부터 납득할 만한 양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진료실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편으론 대화와 협상을, 한편으론 원칙론을 내세우며 아직까진 강경한 모습이다.

20일 국무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계의 폐업은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협상은 하되 원칙을 지켜가면서 책임있게 대처하라" 고 말했다. 검찰도 진료거부시 구속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의협 간부나 의쟁투 지도부를 구속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기름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 돼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악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의료계는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계속할 전망이다. 타협점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대학병원 교수들의 사퇴시한인 23일이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상진료체제가 한계에 도달하는 다음주 초까지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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