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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때 불쑥 "대면강의" 통보···3일내 자취방 구하라는 대학

중앙일보

입력

6일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교수와 학생이 투명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피아노 실기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6일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교수와 학생이 투명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피아노 실기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한국외대에 다니는 대학생 이모(25)씨는 대면강의 시작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대학은 11일부터 제한적 대면강의를 허용하기로 했는데, 이씨가 듣는 수업 가운데 몇 개나 대면강의를 할지 아직까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씨는 온라인 강의 중에는 고향인 강원도 횡성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지만, 대면강의가 시작되면 서울로 가야 한다.

문제는 이번 주말인 10일까지 기숙사 입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일까지 입사 취소를 결정해야 기숙사비를 전액 환불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내가 듣는 과목이 대면강의를 하는지 마는지 아직도 결정되지 않아 일단 환불 신청을 하는 수 밖에 없다”며 “대면강의 과목이 생기면 KTX로 한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를 통학해야 할 판이라 화가 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대면강의' 결정…지방 학생 어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던 대학들이 대면강의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한데 이어 4일에는 초·중·고교 등교 일정이 발표되면서 대학들도 대면강의 계획을 내놓고 있다.

다음주부터는 더 많은 대학들이 일반 과목도 대면강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인 대면강의를 시작하는 곳도 있지만 많은 경우 ‘제한적 대면강의’ 또는 ‘온ㆍ오프라인 병행 강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의견 수렴 없이 갑자기 대면강의를 결정한 학교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6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이공대학교가 실험실습 과목 중심으로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6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이공대학교가 실험실습 과목 중심으로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특히 수도권 대학에 다니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경기도의 한국산업기술대는 지난 4일에 공지를 올려 11일부터 대면·비대면 강의를 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휴 가운데 갑자기 올라온 대면강의 계획에 학생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대학 학생 박모씨는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연휴가 끝나자마자 방을 구하느라 혼란스럽다”며 “기숙사 환불 신청이 7일까지인데 아직도 대면강의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과목도 많다”고 말했다.

"차라리 학기 전체 온라인 강의로" 주장도 

경기도 A대에 다니는 학생도 “11일에 대면강의를 하겠다고 갑자기 공지가 올라와서 연휴 끝난 뒤부터 3일안에 방을 구해야할 상황”이라며 “과목별로 대면강의 결정은 교수 재량에 맡겨 학생 의견은 무시됐다”고 했다. 이 학생은 “학생들 우려가 큰데 확진자나 의심 증상자가 발생했을 때 학교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모르겠다”며 “차라리 1학기 전체 온라인 강의가 낫다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홍익대는 6일 공지를 올리고 온라인 강의를 원칙으로 하되 실습·실기 과목은 수강생 동의를 받아 대면강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과목이 적지 않다. 학생 최모(21)씨는 “수강생 투표라도 얼른 해야 하는데 아직도 얘기가 없다”며 “급하게 대면강의가 결정되면 지방 학생은 어쩌라는 거냐”고 말했다.

4일 오후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를 충분히 두고 대면 방식으로 실기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4일 오후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를 충분히 두고 대면 방식으로 실기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대학들은 대면강의 결정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이 전면적으로 대면강의를 하기는 부담스러워 과목별로 결정하도록 했지만 교수도 대면강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대면강의 철회를 요구한다. 가천대 학생들은 대면강의 전환을 막고 1학기 전면 사이버강의를 요구하자는 글을 SNS에 올렸다. 11일부터 대면강의를 병행하기로 한 동국대에서도 교수가 대면강의 출석을 강요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남윤서 기자·양인성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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