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의 증상/치료/예방

중앙일보

입력

뇌졸중의 증상/치료/예방

일상생활 속에서 위에 열거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뇌졸중 극복의 첫걸음이라면 조기발견은 두번째 필요한 조치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뇌졸중 발작에 무슨 조기발견이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뇌졸중 역시 사전에 뇌졸중 발작을 암시하는 여러 가지 사전경고 증상들을 보이는 수가 많다. 대표적 증상이 바로 일과성(一過性) 뇌허혈증(腦虛血症)이다.
일과성 뇌허혈증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신경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경우 아스피린같은 항(抗)혈소판제나 쿠마딘같은 항(抗)응고제를 복용할 경우 장차 찾아올 뇌졸중 발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위험요인의 제거와 일과성 뇌허혈증 등 조기발견에 이어 뇌졸중 극복을 위한 마지막 단계는 적절한 응급조치다. 응급조치라고 하지만 복잡하고 전문적인 것은 전혀 필요없다. 가능하면 빨리 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해야 한다는 원칙만 알면 된다.

  • 증상 나타나면 지체없이 119로

    반신불수와 의식혼탁 등 대표적 뇌졸중 증상 외에 ‘입이 돌아갔다’거나 ‘한쪽으로 침이 흐른다’ ‘한쪽으로 밥알이 자주 낀다’는 등의 증상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이들 모두 뇌졸중으로 안면근육이 마비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일단 뇌졸중을 의심케 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119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뇌경색의 경우 6시간 이내에만 도착하면 유로키나제나 tPA같은 혈전용해치료를 통해 막힌 혈관을 다시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유수의 의료기관에서 뇌졸중 환자의 치료결과를 분석한 결과 치료결과의 차이를 낳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바로 환자와 병원간의 거리였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환자일수록 아무래도 늦게 도착하므로 좋지 않은 치료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응급실에 도착하면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나 자기공명영상촬영검사(MRI)를 통해 뇌를 촬영하며, 뇌졸중이 확실하면 막힌 혈관 부위를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 가느다란 도관을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뇌혈관까지 삽입해 염색약을 주입하는 뇌동맥조영술을 받게 된다.

    만일 뇌출혈이 아닌 뇌경색이라면 혈전용해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나 막힌 지 6시간이 지난 뇌경색은 혈전용해치료로도 뚫을 수 없다. 병원에 빨리 도착해야 하는 결정적 이유다. 물론 혈전용해치료가 만능은 아니다.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면 자칫 이로 인해 혈관이 지나치게 묽어져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혈전용해치료를 받는 뇌경색 환자 10명 중 1명에서 뇌출혈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머지 9명에게서는 막힌 혈관이 개통되면서 바로 마비가 풀리는 등 극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뇌출혈이라면 어느 정도 높은 혈압을 유지시켜 줘야 하는 뇌경색과 달리 출혈을 줄이기 위해 혈압을 떨어뜨려 줘야 한다. 출혈량이 많은 경우 두개강 내에 고인 혈액을 제거하기 위해 뇌수술을 받기도 한다.
    치료결과는 출혈이나 경색의 양과 부위에 따라 결정된다. 큰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 예후가 좋지 않다. 출혈이나 경색이 적은 범위에서 일어나도 뇌간처럼 생명현상에 필수적인 중추에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오부치 총리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에 시달린 직후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으며 의료진이 미처 손쓸 틈도 주지않고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아 혈관이 막힌 뇌경색보다 뇌간 부위 혈관이 터진 뇌출혈이 의심되고 있다.

  • 발작후 첫 1주일이 가장 중요

    재발의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1년내 재발할 확률이 10%이며 5년내 재발할 확률은 20∼30%에 이른다.
    약물요법이나 수술 등 응급치료가 끝나면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뇌졸중의 예후는 대개 발작후 첫 1주일이 가장 중요하다. 환자의 최종결과를 100이라 했을 때 50은 1주일 이내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1주일 이후부터는 6개월까지 장기적으로 서서히 조금씩 좋아진다.
    뇌졸중으로 생명을 잃는 것도 대개 1주일 이내에 발생한다. 일단 1주일을 넘기면 생명에 관한 한 안심해도 좋다. 1주일이 지나 생명을 잃는 경우는 뇌졸중 자체보다 폐렴이나 심장질환 등 다른 질환의 악화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뇌세포가 일단 죽으면 재생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따라서 뇌졸중으로 신경이 파괴되면 기능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살아남은 다른 신경이 파괴된 신경의 원래 기능까지 떠맡는 신경세포의 재배치 현상이 일어나므로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물리치료나 작업치료, 언어치료와 같은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식물인간 등 심한 뇌졸중이 아닐 경우 상당부분 정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뇌졸중 환자 70%는 6개월 이내에 보행이 가능하고 80%가 혼자서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옷을 입는 등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25%는 궁극적으로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뇌졸중의 예후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 남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20% 안팎에 불과하다.

    홍혜걸 중앙일보 정보과학부 기자·의사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