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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회는 배달, 멍게는 드라이브 스루…집콕이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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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코로나19로 수산물 소비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의 ‘드라이브 스루 수산물 판매’ 행사에서 시민들이 차량 등을 이용해 광어회 세트를 사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로 수산물 소비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의 ‘드라이브 스루 수산물 판매’ 행사에서 시민들이 차량 등을 이용해 광어회 세트를 사고 있다. [뉴스1]

# 평소 해산물을 많이 먹는 유지선(38)씨는 최근 껍질 벗긴 새우나 오징어 같은 손질된 수산물 구매가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식이 줄고 집밥을 먹는 일이 많아지면서 해산물 요리를 자주 만들어서다. 유씨는 “집밥 메뉴를 다양화하고 싶은데 해산물은 식자재 손질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껍질 벗긴 새우를 구매해서 샐러드 등을 만들 때 활용하니 간편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수산물 소비 #대형마트, 손질 수산물 매출 급증 #“당일 배송에 신선도도 괜찮더라” #회·수산물 배송전문업체도 성업 #새로운 유통구조 굳어질 가능성

# 직장인 이선민(44)씨는 요즘 횟집을 찾는 대신 배달 앱으로 회를 주문해 집에서 먹는다. 그는 “해산물은 신선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간 배달을 꺼려왔다”면서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에서 고품질 횟감을 판다는 광고를 보고 주문해봤는데 당일 배송이 되고 신선도도 괜찮더라. 회 생각이 날 때 종종 배달 주문해 집에서 즐긴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수산물 소비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대형마트에선 손질된 수산물 매출이 급증했고, 수산물 온라인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야외 활동을 줄이고 집밥을 해 먹는 수요가 증가했고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른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한 데다가 ▶냉장·냉동 배송 기술의 발달 등이 수산물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껍질 벗긴 새우의 매출은 2018년 전년 대비 480.6% 신장한 데 이어 지난해엔 51.0%, 올해 4월 20일까지 29.4% 늘었다. 손질 오징어의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52.8%, 올해 4월 20일까지 전년 대비 251.4% 매출이 늘었다.

SNS에 올라온 참치배달 메뉴.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 올라온 참치배달 메뉴. [인스타그램 캡처]

새우의 경우 구이 중심의 요리에서 벗어나 샐러드나 감바스와 같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면서 손질의 불편함을 덜어낸 상품의 매력이 커졌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 수산팀은 늘어나는 수요와 트렌드에 맞춰 베트남 대형 공급사를 확보해 껍질 벗긴 새우의 수입 단가를 낮추는 등 소비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오징어도 손질이 어려운 껍질과 내장을 제거한 제품이 효자 상품이 됐다. 이병화 롯데마트 수산팀 MD는 “고객의 오징어 손질 요청이 많은데 매장 인력 구조가 열악해지면서 손질 요청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에 착안해 손질 오징어 상품을 내놓게 됐다”며 “손질 수산물의 수요와 매출이 늘어 고등어·갈치·전복 등으로 손질 수산물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수산물 온라인 판매도 크게 느는 추세다. 수산물 배송 전문 쇼핑몰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세계 참치 1위인 동원산업도 온라인 판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동원산업은 지난달 말부터 쿠팡을 통해 참치회와 훈제연어 제품 5종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쿠팡 새벽 배송을 통해 동원산업의 고품질 횟감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원산업은 최근 횟감배달 전문 프랜차이즈인 ‘참치라이더’와 협업해 참치회 배달도 시작했다. 동원산업이 공급한 횟감을 참치라이더가 주문과 배송을 담당하는 형태다. 직접 배달 체계도 강화한다. 소비자가 전화나 온라인으로 횟감을 주문하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지역 거점 매장에 있는 횟감을 포장해 배달하는 시스템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수산물 온라인 배송 전문업체도 성업 중이다. 당일 아침 손질한 수산물을 저녁 7시까지 배송하는 ‘오늘회’, 수산물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배송 연계 서비스도 제공하는 ‘인어교주해적단’ 등이 대표적이다.

드라이브 스루 행사 반응도 좋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는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신선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드라이브 스루 판매 행사를 진행해 모둠회와 민물장어, 송어, 멍게 등 4700접시를 팔아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등과 더불어 생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의 전통적 유통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수산물 유통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도 “하지만 유통 단계를 줄일 경우 기존 수산물 소매업계 수익에 영향이 불가피해 상생이란 과제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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